요즘들어 주변에 치즈를 사랑한다는 분들이 꽤 많아 지고 있습니다.
맛있는 바케트에 풍미 좋은 버터를 듬뿍바른 후 좋아하는 치즈 한조각과 한입 가득 넣고서 우물거리다가, 향기좋은 레드와인 한 모금으로 입안을 마무리하는, 음~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좋은 치즈와 올리브를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치즈를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인지가 많이 헷갈리긴 하지만, 어째건 치즈가 와인의 좋은 단짝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치즈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볼까 합니다.
먼저 경성치즈로 시작해 볼까요?
1. Cheddar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 치즈는 신기하게도 영국이 원산지 입니다. 숙성을 시킬 수록 단단해지며 맛도 강해지죠. 숙성이 잘된 체다는 사과와 같이 먹으면 달콤새콤한 사과의 맛과 아주 잘 어울리는데요,
체다치즈와는 스페인 와인인 "아싸 크리안자"와 "뻬스께라 크리안자"를 권해드립니다.
두 와인 모두 최근 스페인 와인산지로 인기가 상승중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생산되는 템프라니요 품종 100%로 만들어 진 와인입니다. 같은 오너 밑에서 생산되는 와인이고 같은 품종의 포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테이스팅을 해보면 스타일도 아주 흡사 합니다. 과일향이 풍부하기 때문에 와인을 새로 시작하는 분들께도 적합하고 전체적인 균형감이 뛰어나서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뻬스께라가 스파이시한 느낌이 강해 좀더 청명하게 다가와서 항상 만족스러웠던 것에 반해 아싸는 미네랄 느낌이 좀더 느껴져서 제 컨디션과 같이 페러링하는 안주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곤 했습니다.
2. Comte
콩떼는 프랑스 원산인 경성 치즈입니다. 고소함과 부드러운 향으로 체다처럼 치즈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편하게 즐길 수 있죠. 예전에는 보기가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꽤 알려져서 구하기도 훨씬 쉬워 졌습니다.
이 콩떼에는 같은 프랑스의 화이트가 제격이겠죠.
부르고뉴 지방의 화이트 와인인 도멘 페레 뿌이 퓌세가 좋을 듯 합니다. 국내에서 인기도 높고, 부르고뉴 화이트를 경험하는 것 치고는 가격도 적당합니다. 부르고뉴 화이트이니 당연히 100% 샤르도네이며, 보통 부르고뉴 와인들이 100% 오크통 숙성인데 반해, 스테인레스에서 숙성시킨 와인과 오크통 숙성을 3:7 비율로 블렌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주 고급 와인의 경우라면 오크통 숙성을 통해 깊은 풍미가 우러나는게 정답이겠지만, 이렇게 착한 가격대에 출시되는 와인들은 숙성기간들이 짧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스테인레스통에서 숙성시킨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적당한 미네랄느낌이 화이트의 밋밋함에 단짠이 포인트를 더하고 있고, 부르고뉴 답게 풍부한 버터의 느낌이 와인을 부드럽게 해줘서 마시기 편안합니다.
와인을 입안 가득히 넣고 향을 즐긴 후 조금씩 목으로 넘긴 후에 조그만 조각으로 자른 치즈의 맛을 보면 와인의 피니쉬가 훨씬 다채로워 질겁니다.
연성치즈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사실 여기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3. Camembert
아주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치즈죠.
원통 모양 까망베르 위부분의 하얀 껍질을 살짝 잘라내고, 집에 있는 견과류를 조금 얹고 그 위에 꿀을 뿌려서 오븐에 구워 줍니다.
하지만 와인에 마음이 달아 있다면 인터넷에 등장하는 위의 사진처럼 카라멜라이즈드 어니언 정도까지 패셔너블하게 꾸미실 필요도 없습니다.
급할땐 위를 잘라내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대충 오븐에 넣어버리지만 그래도 맛있는게 어디 가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부드럽게 녹아내린 치즈를 바케트로 찍어서 한입 가득 물고서 우물거리며 치즈와 빵의 환상적인 조합을 즐기고 나면, 역시 부드러운 피노누아가 댕기는 법 입니다.
너무 고급스러운 피노누아를 선택하게 된다면 치즈를 마음껏 먹는데 방해가 될테니, 적당한 가격대의 뉴질랜드 피노누아가 안성맞춤입니다.
생클레어의 피노누아 정도면 훌륭할 듯 합니다.
이마트에서 직접 수입하는 와인이라 와인장터행사시에 구입하면 가격도 꽤 괜찮습니다. 신선한 체리와 베리향에 은은한 토스트 느낌이 섞여 있어서, 까망베르와 잘 어울립니다.
이 녹아 내린 카망베르의 뛰어난 맛 덕분에 아주 유명한 미술작품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The Persistence of Memory, oil on canvas, 24 cm × 33 cm
이 그림에 대해서 당시의 많은 비평가들은 아마도 달리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서 영감을 받아서 시간의 상대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었는데, 정작 작가인 달리는 뜨거운 태양빛에 녹아내리는 까망베르에서 흘러내린 시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과연 이 그림에 등장하는 심볼들이 드러내고자 한 진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어떤 특정한 의미를 내포해서 우리에게 찾아보라고 문제를 던진 것이 아니라, 달리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궁금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 까망베르에 올려진 꿀은 또 어떤 유명한 작곡가를 떠오르게도 하는데요.
바로 '라흐마니노프'입니다. 미국 망명에서 동료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를 만나러 가며, 꿀을 선물했던 사실이 sns에 퍼지면서 꿀을 좋아한다는 루머를 만들어 냈죠.
그의 음악중에는 달콤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 곡들이 있죠. 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 도 꿀이 듬뿍 뿌려진 부드러운 까망베르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ThTU04p3drM
그리고 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안주가 없을때 와인 한잔과 아주 금상첨화일듯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4zkc7KEvYM
다시 치즈로 돌아와 볼까요. 음악을 듣다가 치즈로 돌아와야 한다니 제가 귀여운 생쥐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연성치즈로는 고르곤졸라도 최근에 국내에서 인기가 좋은 것 같은데, 이 치즈는 그냥 먹기보다는 피자의 토핑으로 올려져서 먹는 경우가 많죠. 피자와 어울리는 와인에 대해서 이전에 썼던적이 있는데
이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ilanku205/337
향기로운 와인과 맛있는 치즈를 준비하고, 취향에 맞는 음악이 있다면 비록 함께 할 친구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코로나가 만들어 낸 많은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