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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y 23. 2020

미드 센츄리 모던

 미드 센츄리 모던 건축물과 관련된 2가지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미스 반 데 로어가 설계해서 1951년 완공된 <The Farnsworth House>가 인근 Fox River의 범람으로 또다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1949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한 <Neils House>가 소더비 Realty에 매물로 올라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The Farnsworth House>는 필립 존슨의 <Glass House>에 많은 영향을 끼친 건축사에 아주 중요한 건물입니다. 시기적으로는 Glass House보다 늦게 완공되었지만, 미스 반데 로어가 미국에 오기 전부터 이런 형태의 건축물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켜오고 있었고, 그 개념을 통해 필립 존슨이 Glass House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완성을 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 시기의 건축물에서 미스 반데 로어의 모던 건축에 관한 콘셉트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영화 <싱글맨>의 배경이 되었던 John Lautner가 건축한 <Schaffer Residence>가 또 다른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영화 <싱글맨>과 Schaffer Residence에 관한 이전 글은 https://brunch.co.kr/@milanku205/234




최근 미시간주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댐이 붕괴되면서 홍수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렇듯 모더니즘 건축에 중요한 역할을 Fansworth House가 다음 사진처럼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https://www.instagram.com/p/CAbBTrYJ_rY/


눈 내린 고요한 정경 속의 집과 물에 잠긴 집의 모습이 정말 대조적입니다.


소더비에 매물로 올라온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집 역시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아주 놀라움을 전해 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매물의 가격 때문입니다.


대략 600평 대지위에 건평 70평 규모의 이 멋진 역사적 건축물의 매매가는 2.75 Million USD 그러니까 현재 환율로 대략 34억 원 정도인데요, 판교 인근이나 용인 등지의 고급 전원주택 가격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더비 홈피




소개한 2채의 집은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미드 센츄리 모던"에 포함되는 건축물 들입니다. 

사실 이 단어는 건축사에 나오는 용어라기보다는 인테리어 시장 쪽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50년대 전후 미국에서 유행했던 건축과 인테리어 스타일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정확하게 언제 누가 이 용어를 끄집어내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지만,

많은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은, 이 용어가 2차 대전이 끝난 지점에서 시작되어, 오일쇼크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70년대 초 이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당시 미국 사회를 휩쓴 건축, 가구, 인테리어 등에 관련된 디자인 트렌드를 지칭한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 유럽의 스타일, 그중에서도 효율과 기능을 중시하는 독일의 '바우하우스' 스타일과 깔끔하고 심플하며, 자연(Natural)의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동시에 곡선의 요소들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브라질 스타일이 접목되며, 유럽과는 조금 다른 궤적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영화 <Far from Heaven> 등을 통해 당시의 미국 사회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외곽으로 나가, 전원 속에 멋진 집들을 소유하기 시작하는 등, 이전보다 풍요로워진 부를 바탕으로 상류사회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하는 중산층들의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산업혁명 이후 유럽에서 구체제에 맞서는 부르주아 계급들이 신흥세력으로 사회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하며 생겨나는 소비와 향락을 향한 당시 사회 구성원들의 지향점과 상당히 닮은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간단하게나마 이번 글에서 미드 센츄리 모던 시대 건축에 대해서 알아볼까 하는데요


당시를 대표적인 건축가로는, Frank Lloyd Wright, Philip Johnson, Charles and Ray Eames,Ludwig Mies van der Rohe 등이 있습니다.


소더비에 나온 매물을 소개한 건축가 Frank Lloyd Wright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구겐하임 미술관과 <Fallingwater> 등이 있죠. 1900년 대 초반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던 Prairie Style (국내에서는 초원 스타일이라고도 하는 것 같습니다)을 대표하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형태를 선호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에서는 원통 기둥 형태의 구조물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클라이브 오웬과 나오미 왓츠가 출연했던 영화 <The International>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영화를 통해서 백색으로 칠해진 나선형 모양의 미술관 내부를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미드 센츄리 모던 시대 건축물들의 공통적인  특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House를 중심으로)



1. 평지붕 





수평선 또는 지평선과 나란히 놓여있는 평지붕은 집과 집을 둘러싼 배경 간의 조화와 균형감을 높여주며 탁 트인 개방성과 시각적으로 확장성을 암시하고 있기에 아주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평지붕이라는 것이 크게 독특할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실내의 보온과 환기 그리고 건축방식 등을 생각해 보면 평지붕이라는 것은 상당히 혁신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기술적으로도 훨씬 고난도이고요.

집 하면 가장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박공지붕과 비교를 해보면

눈이 많이 오거나 했을 때 평지붕은 박공지붕에 비해 내린 눈이 그대로 쌓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지붕에 가해지는 하중에 버틸 수 있게 설계가 되어야 하며, 지붕을 지지하기 위한 중간 기둥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내 공간의 모양에도 제한이 많아지겠죠.




2. 통유리 또는 대형 유리창


아르 데코 이래로 점점 더 통유리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며, 어느 정도 기술적인 뒷받침이 시작되는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통유리창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높아집니다.


창틀이 없어지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미적으로 훨씬 뛰어나 보입니다. 최근의 휴대폰이나 TV에서 베젤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디자인적인 맥락으로는 같은 언어라고 생각됩니다.


3. 스텝업 플로어링


(영화 <하녀> 세트)


모던한 주택의 내부에는 이전과 달리 점차 벽의 존재감이 적어집니다. 그렇다 보니 공간을 크게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어느 정도 구획을 나눌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까다롭습니다.

스텝업 플로어링은 전체적인 공간은 탁 트인 느낌이지만 세부적으로 또는 시각적으로 공간 구획에 필요한 경우에 아주 세련되고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거실 옆에 살짝 단을 높여준 공간은 거실과 사이에 벽이 없기 때문에 시원한 확장감을 부여하면서도 나누어진 느낌이 들게 하고 있습니다.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


좀 더 과감한 스텝업 플로어링을 통해서 지형의 단차와 같은 단점을 상쇄하며 동시에 인테리어에 차별성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3가지 정도의 미드 센츄리 모던 건축물의 공통적인 특징을 살펴보았는데, 이런 특징들은 지금 현재도 지속적으로 사용되며,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 미학적인 장점은 그 이후의 많은 새로운 건축 형식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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