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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었던 시절

by 훈수의 왕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종이로 만들어진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지난 글 https://brunch.co.kr/@milanku205/452





글을 쓰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몇 년 전 일들이 아주 까마득하게 느껴지면서 어떤 조형 프로젝트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2017년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에서는 <Urchis>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요


(CHOI+SHINE Architects)



낮 동안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사이로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워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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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독특하게 빛을 내며, 마리나 베이의 야경을 밝혀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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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렇고 부드러운 느낌의 설치물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죠.


어찌 보면 호박같이 생긴 것도 같은데, 호박이라 이름 붙이면 핼러윈이 연상돼서 부정적이라 생각했던 것인지,

건축가들은 이 조형물의 이름을 Urchin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Urchin은 고슴도치인데, 위의 조형물에서 고슴도치의 모습이 느껴지시나요?


이름을 Urchin이라고 부르게 된 배경에는 아마도 이 유명한 의자의 존재감이 숨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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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젊은 Roger Dean의 이 디자인은 당시 영국 가구업계의 선두주자였던 Hille Furniture의 오너인 Hille의 눈을 사로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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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의 디자인 방향 중 하나인 space 콘셉트를 연상케 하는 곡선과 부드러움 그리고 중력에 반하는 다시 복원하는 특징 등을 지닌 디자인 선도적 제품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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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와서는 이 디자인을 차용한 다양한 Pouf들이 쏟아져 나와서 오리지널의 의미가 사라지긴 했지만

Roger Dean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 등장하는 독특한 Pod라는 의자의 아이디어도 냈던 아주 재능 있는 디자이너였던 것 같습니다.

( 시계태엽 오렌지에 등장하는 가구와 인테리어가 궁금하시면 https://brunch.co.kr/@milanku205/220


아 참, 이 의자의 이름이 왜 Urchin이냐고요?


디자이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슴도치의 Urchin에서 외형을 가져온 게 아니라, Sea Urchin 그러니까 성게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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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벌써 6월이니 성게 철이 되었네요. 올해는 아쉽지만 동해안으로 떠나던 성게 투어는 건너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장의 앙장구밥도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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