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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Jun 08. 2020

달빛의 감성을 담아낸 소리와 이미지들

베토벤, 드보르작, Katie Paterson, Ptolemy Mann

물이라는 이미지와 연관된 드뷔시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재미있는 생각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지난 글  https://brunch.co.kr/@milanku205/432



드뷔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대표곡이죠. 바로 <Clair de Lune - 달빛> 입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에 포함된 이 피아노곡은 워낙 유명하고 다양하게 연주되기 때문에 드뷔시를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그런 곡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7_VJve7UVc


이렇듯 많은 예술가들은 달이 만들어 내는 흐린한 빛의 이미지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달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밤, 어두움, 희미함, 미지의 시간, 꿈, 환상 등등은 예술가를 충분히 자극할 만한 요소인 것 같은데, 드뷔시 이외에도 달빛이 만들어 내는 소리에 관한 전문가들이 있죠.


당연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https://www.youtube.com/watch?v=1mH-qwWcyc4


이 소나타에 '월광'이라는 부제가 붙은 건 베토벤의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의 음악을 들은 어느 시인이 루체른 호수에 비치는 달빛이 떠오른다고 한 이야기에서 시작된 제목인데, 음악이 들려주는 이미지와 아주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바렌보임은 지휘자 이전에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단지 개인적으로는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그의 얼굴이 이상하게 배우 잭 니콜슨을 떠오르게 해서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되긴 합니다. 


달빛은 꼭 피아노로만 표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드보르작은  여성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통해 달빛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체코판 '인어공주'인 그의 오페라 <루살카>에서 물의 요정인 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마음을 달에게 호소하는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HM3zMBQxTQ   


드보르작 특유의 보헤미안적 감성이 이 곡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체 오페라는 보기 힘들어도, 이 아리아는 꽤 자주 연주되는 인기 곡입니다.


아주 독특한 달에 담겨 있는 색다른 기호를 사운드화 한 곡도 있습니다.

쇤베르크의 <Pierrot lunaire-달에 홀린 피에로>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2cBUJmDr8


도대체 달빛이 어디 있는 거지 하고 찾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앙드레 지로의 상징주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여기에서 달빛은 영롱하고 부드럽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달빛이 아니라, 사람을 홀리게 하는 달빛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서커스의 영화로움이 환한 대낮이라면 몰락한 서커스의 느낌이 또한 달빛에 비유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여배우의 (여가수라고 해야 할지 여배우라고 해야 할지) 독백과 현과 관이 만들어내는 특이한 소음(?)이 어떻게 어우러지고 있는지, 19세기 말의 데카당스를 한번 느껴보시죠.


소리로 들려지는 달빛들을 살펴보았는데, 그렇다면 훨씬 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의미에서 달빛을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주 유명한 작품들이 아닌 최근에 등장하는 참신한 이미지들을 소개해 드릴께요)


Katie Paterson <Light Bulb to Simulate Moonlight, 2008>


Katie Paterson이라는 스코틀랜드의 여성작가는 달빛에 관해서는 공식적인 전문가인 것 같습니다. 터너 현대 미술관에서 열린 그녀의 회고전 제목이 바로 <A place that exists only in moonlight> 였으니까요




공간 속에서 빛으로 인해 생겨나는 효과들인 거리에 대한 감각 그리고 크기에 대한 감각이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워지는 순간들을 만나보게 되는데요, 첫 번째 사진 속 이미지에서 백열전등이 비추고 있는 바닥을 내려다보면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고 있습니다.



다음에 소개해 드리는 달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이미지는 인테리어 세팅입니다.


ptolemy mann


어떤가요? 여러분들도 저처럼 달이 느껴지시나요?


Ptolemy Mann은 미국의 텍스타일 아티스트입니다. 




그녀는 color에 집착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손으로 물들인 다양한 색상의 천연 원단을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제일 처음 이미지에서는 러그가 그녀의 작품입니다.


이 인테리어 공간의 이미지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호수 옆에 심어진 매화나무 위로 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릅니다.

달이 비추는 은은한 빛이 수면에 반사되고 있는 가운데, 호수의 가운데 부분은 달빛이 매화나무에 가려진 것 처럼 좀 더 진한 물빛을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전통 산수화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것 같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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