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많은 ost 중에 훨씬 두각을 나타내는 음악들은 대부분 인생의 여정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영화의 ost입니다.
똘똘했던 소년, 그래서 주위 친구들의 리더였던 그는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큰 죄를 저지르고 오랜 시간 감옥에 갇혀있다 나오지만 그가 없던 시간 동안 변한 친구들과 과거의 모습이 남아 있는 주인공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삶의 비극적인 모습을 그려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삶의 구렁텅이에 빠졌던 탕아가 새로운 삶의 이유를 찾고자 하면서 그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선과 악, 인내와 행동, 평화와 폭력 등에 대한 갈등에 부딪히는 <더 미션>에서
자신을 위해 희생한 누군가의 사랑이 있건만, 정작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기 힘들어 했던 그리고 결국 돌아와 거울 앞에 서는 <시네마 파라디소>에서,
시대로 인해 겪게 되는 아픔과 그녀가 속한 사회 구조의 부조리 때문에 정말로 아름다워야 할 한 사람의 인생이, 자신의 아름다움 때문에 더 역설적으로 아프게 다가오는 <말레나>에 까지
과연 모리코네의 음악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 영화가 가지는 내러티브와 감정선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었을 까요?
삶이 가지고 있는 고뇌와 불행의 요소들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비극의 종류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불행을 모사하는 것은 비극에만 본질적이다"
그리고 그는 이 불행의 종류를 다음의 3가지로 분류하는데요
1. 불행은 어느 인물의 이례적인 악의에서 생겨난다 - 이아고, 샤일록 등
2. 맹목적인 운명, 즉 우연과 오류에 의해 생겨난다 - 오이디푸스 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
3. 인물들 상호 간의 관계를 통해 초래되며,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과오도 우연도 또 극악무도한 성격도 필요하지 않다. 인간의 행위와 성격으로 인해 쉽게 저절로 거의 본질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행복과 삶을 파괴하고 우리는 언제라도 그 피해자가 되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대인의 삶으로 다가올수록 3번째 분류에 속하는, 즉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 내포되어 있는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이런 범주의 소재들이 좀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비극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됩니다.
비극으로서의 극적인 수단과 원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훨씬 더 다각적이고 대칭적인 서사구조와 캐릭터들이 필요하게 되죠.
다시 말해 비극이 운문을 버리고 산문으로 넘어오면서 불행을 창조하기 위한 더 복잡한 논리적 구조들이 필요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한 상태에서 다시 모리코네로 돌아가 볼까요.
저는 위에서 '인생의 여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삶 자체가 가지고 있는 비극적인 모습에 대한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죠.
그래서 '인생의 여정 (다시 말해 인생이라는 긴 여행)'은 유명한 관광지를 편하게 둘러보는 것 같은 잠시 일상을 벗어난 휴가지의 모습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