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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Aug 06. 2020

넷플릭스에서 건진 빈티지 1

<비틀쥬스> by 팀 버튼

여름휴가철이 돌아왔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쏟아지는 빗줄기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와 잘 지내야만 하는 난처한 상황입니다.


어디 한번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는 성격 탓에 시리즈물들은 가능하면 피해보려고 영화 제목들을 열심히 찾아보는데 의외로 젊은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빈티지 같은 영화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중에서 가장 먼저 리모컨을 누르게 만든 영화는 바로 팁 버튼 감독의 초기작인 <비틀 주스>였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상당히 독특한데요, 이 BeetleJuice란 제목은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 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우리는 베텔게우스라고 부르지만 영미권 사람들은 비틀쥬스라고 발음을 한다고 하네요.


이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입구에 자리 잡은 일종의 관문처럼 여겨지는 별이라서, 삶과 죽음의 경계면을 그린 영화의 제목으로 딱이라고 생각한 감독이 영화사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한 제목이기도 합니다.



감독은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 싫었는지 위의 영화 장면 등에서  Beetlejuice란 제목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영화의 틀은 인간이 죽고 나서 일정기간 동안(약 125년 정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지는데, 그렇다면 자신의 집에 새로 이사 온 살아있는 사람들과 이 죽은 영혼들 사이에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비틀쥬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죽은 자의 영혼들에게 피해를 본 산 사람들이 귀신을 몰아낸다는 보편적 사고를 반대로 뒤집어, 죽은 자들 입장에서 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는 문제가 지금은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어서 보편적으로 인지되고 이해되고 있다지만 이 영화가 제작된 1988년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생각해 보면 팀 버튼의 강한 개성을 엿볼 수 있는데,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도 이런 사회를 뒤집어 보는 방식의 팀 버튼만의 시선은 꾸준히 일관성 있게 유지됩니다.  


<비틀쥬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장면을 통해 감독의 이런 시각을 부각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경험으로 체득하지 못한 초보 귀신인 부부는 자신들의 집을  관리해주던 부동산 업자가 집 앞에 온 것을 발견하고 그녀를 부르고 있습니다.


"Hey, Jane! Up here"


하지만 산 사람들 눈에 이들이 들어올 리가 없죠



그래서 그냥 돌아서는 부동산 업자와 그녀의 딸을 보며, 남편인 아담(알렉 볼드윈)이 우리를 못 본다고 투덜거리자 부인인 바바라(지나 데이비스)가 그들에게 보내진 <막 죽은 사람을 위한 지침서>의 내용을 읽어 주는데요



"The rule no. 2, The living usually won't see the dead"


그리고 아담과 바바라는 사용된 동사가 can't 인지 won't인지를 놓고 궁금해합니다.


감독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은가요?

"다수는 소수를 못 보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는 것이다"라고요,


이해와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마주 보고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 텐데, 권위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지 않은가요(won't) 


소수자를 비하하는 행동이나 발언을 하는 가진 자들은 - 재벌이나 정치인들 같은 경우- 

문제가 커지면 항상 사과를 합니다. 미쳐 인지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이죠. 하지만 팀 버튼의 눈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다수, 가진 자, 특권층 같은 그들의 행동은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can't)때문이 아니라 보고자 하는 의지가 없음(won't)을 아주 간단명료하고 단순하게 보여주는 이런 장면이야말로 팀 버튼의 블랙 코미디를 관통하는 특징이 아닐까요?


영화는 그렇다고 시종일관 사회비판적으로 흐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단순한 이야기를 기괴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정신없는 황당 판타지스러움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고 있으며 (만약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특히나 비틀쥬스역을 맡은 마이클 키튼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과 궁합이 잘 맞았는지 마이클 키튼은 이후 팀 버튼이 감독한 <배트맨>의 주역을 맡아서 연기 대변신에 성공하고 스타의 반열에 들게 됩니다. 




팀 버튼의 초기작 <비틀쥬스>는 젊은 패기와 독특한 시각을 가진 천재 감독의 아직 성숙하기 이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최근의 잘 만들어진 영화들이 보여주는 잘 짜인 플롯과 완벽한 편집 등을 기대하신다면 색 바랜 아쉬움만 얻게 될 테지만, 열린 마음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순수하고 순진했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세련미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좋은 빈티지 영화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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