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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Aug 23. 2020

소파 디자인의 끝판왕들 - 1

코로나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구에 대한 탐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예전에 유명했던 과자 광고의 카피 "한번 열면 멈출 수가 없어"처럼 더 많은 가구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Couch potato란 단어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닐진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앉는다는 행위에서 편안함을 구하고 싶다는 욕구가 점차 커지며, 홀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소파의 이미지들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합니다. 꼭 보기 좋은 소파가 앉으면 편한 것은 아닐 텐데, 좋은 게 좋다라며 마음속 한 편의 허영심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숲에 가서 소리쳐야 했던 이발사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제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있었던 소파들을 이 글을 통해 털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1. B&B Italia의 Husk Sofa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Patricia Urquiola가 디자인한 소파입니다. 이 뛰어난 여성 디자이너는 국내에도 꽤 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 다른 이태리 유명 가구 브랜드인 Cassina의 Creative Director이기도 합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인이 강점이며, 보기만 좋은 제품이 아니라 실제 사용에 있어서 편의성을 상당히 신경 쓰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다른 이태리 브랜드 Moroso에서 출시된 위의 Redondo 소파도 그런 디자이너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2. Monte Carlo by Eileen Gray (1929)


  

20세기 가구 디자인의 전설이 된 제품 중 하나입니다. Eileen Gray가 디자인한 이 모던한 벤치 스타일의 소파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직선이 아닌 곡선인 디자인의 특징 때문에 국내의 주거 환경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뭐 물론 아주 큰 공간을 가지고 계신다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저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서 아쉽지만 저는 이 Monte Carlo의 디자인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일 KFF의 Gate 시리즈 벤치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사용하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소파라고 하기엔 불편하지 않나 하실 텐데, 거실까지 전부 서재로 만든 책을 좋아하는 가족들과 살다 보니 이 벤치형 의자가 가족끼리 모여 앉아 책을 보기엔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아도 좋지만 뒷면을 향해 앉아서 등받이 위에 책을 올려놓으면 뭔가를 읽기 딱 좋은 높이가 되는 깔끔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입니다.

 


3. Poltrona Frau의 John-John



폴트로나 프라우의 소파들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품을 보는 순간 디자인과 색감에서 한번 반하고 그리고 실제로 앉아보면 그 감촉에서 두 번 반하게 되는 최고의 가죽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의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가구 같은 리빙 제품군보다는 차나 전자제품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보니, Ferrari에 사용되는 가죽 브랜드로 더 유명하기도 한데,  스타 디자이너중 한 명인 Jean Marie Massaud 가 디자인한 이 소파는 부드러운 가죽의 특성이 잘 드러난 그래서 브랜드의 정체성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cassina에서 출시된 위의 Aspen 소파가 어떻게 보면 이 디자이너의 아이콘에 가깝겠지만 개인적으로는 John-John의 편안함에 더 끌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4. Ligne Roset의 Roche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가구 브랜드인 Ligne Roset에서 출시된 Roche는 구조적으로 본다면 원목으로 구성된 베이스 위에 쿠션을 올려놓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으로 적절한 포인트를 줌으로써 아주 색다른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폼을 넣은 원단을 두껍게 누빔 한 형태가 시각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함을 주고 있고, 원단이라는 소재가 가질 수 있는 색상의 다양성을 디자인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Ligne Roset의 소파들은 이런 방식의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프랑스적인 감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5. Cassina의 Eloro 


Cassina는 해외에서의 인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만큼 힘을 못쓰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태리 브랜드인데 유명세만큼이나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Rodolf Dordoni가 디자인한 Eloro인데요,



제 눈에는 이 브랜드의 가장 대표 디자인 LC3에 약간의 악센트를 가미해서 좀 더 클래식한 감성이 느껴지게 변화를 준 것처럼 보입니다.



Rodolf Dordoni는 이태리 가구 브랜드인 Minotti를 세계적인 위치로 끌어올린 Minotti의 Creative Director를 맡고 있는 밀라노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데, 제 마음에는 그가 Minotti에서 보여준 디자인보다는 이 Eloro가 보여주는 현대적 디자인에 클래식한 엣지가 들어간 스타일이 훨씬 마음에 듭니다.



평소 마음의 넓이가 그리 넓다고 생각하진 못했는데, 그 안에 담겨있는 소파 디자인들은 끝이 없네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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