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수의 왕 Nov 01. 2020

영화를 비추는 거울들


Mirror Mirror on the wall!!


거울아 거울아!

아마도 어린 시절 대부분의 우리들이 한 번쯤은 따라 읊었던 마법의 주문이 아닐까요?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거울은 우리가 미쳐 직접 꺼내 들지 못하는 우리 마음속에 숨어있는 이미지들을 들어내는 도구로 활용되는데요, 인테리어에서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합니다.


물론 국내의 상황은 우리의 외형을 바라보기 위한 기능적인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의 인테리어 사례에서 발견되는 거울은 이러한 기능보다 거울이 놓인 공간이 내포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비추어내서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효과를 갖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공간 속에 담아내야 할 영화의 내러티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층위를 비춰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1. 내가 사는 피부 



페드로 알모도바의 이 독창적이고 괴기스러운 영화에 거울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있던 누군가에게는 진실을 알려주는 거울이 되며, 관객들에게는 뭔가 중요하고 미스터리 한 모습을 몰래 엿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부여합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 거울은 비밀, 환상 또는 상상 속의 세계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이어주는 감정의 브리지 같은 역할도 수행합니다.



2. 셜록



벽난로 위에 마치 액자 같은 이미지를 던져주는 오브제가 바로 미러입니다. 아르데코 스타일의 이 거울은 빅토리아와 현대의 중간에 해당하는 시간적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고 (거울로 들어가서 어디론가 시간 여행을 하는 sf 영화 장면들처럼 말이죠) 방에서 벌어지는 많은 광경들을 담아내는 즉 방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기의 렌즈 같은 느낌도 들고 있습니다. 가끔 셜록의 얼굴이 비치는 경우도 있고 반대편의 장면이 비치기도 하죠. 

그럼 반대편 거실의 모습도 한번 둘러볼까요?


 

셜록이 가끔 누워있는 장면을 보여주던 가죽 소파가 있는 벽면에는 검은색 패턴의 벽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영국의 벽지 전문 브랜드  Zoffani에서 출시된, 일명 flock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최고급 라인으로, Flock designed wallpaper는 양모를 가루처럼 만들어서 그것을 원단위에 붙여 패턴을 만들었던 제작 방식인데 단순히 프린트된 종이 벽지와 비교했을 때 원단의 질감과 거기에 더해진 독특한 입체감으로 인해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한 롤당 현지 가격이 우리 돈으로 30만 원이 넘는 최고급입니다. 국내에 수입돼서 유통되고 있는 고가의 수입 벽지들이 대략 롤당 10만 원대 초 중반인 것을 생각하면 영국 현지 가격으로 30만 원이 넘는 이 벽지는 정말 비싼 명품인가 봅니다

첫 회에 셜록과 존이 만나는 부분에서 대사를 보면 이 방의 월세가 그리 비싸지 않다고 했는데, 합리적인 가격의 임대공간에 이런 최고급 벽지가 시공되어 있다는 건, 뭔가 이 공간에 수상한 점이 숨어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요소들 하나하나가 결국 추리라는 이 드라마의 기본 틀에 서스펜스의 느낌을 강하게 더해주고 있습니다. 





3.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의 이 뛰어난 스릴러물은 거울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의 본질과 내 안의 다른 타자, 영상으로 이 두 가지의 성질을 구분해 내기 위한 장치로 거울은 아주 훌륭한 소품이 되어주고 있는데요, 마치 거울 속에 존재하는 주인공의 2중 인격이 관객들을 바라보는 듯한 장면입니다. 






이 처럼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는 거울은 반드시 전신을 비출수 있을 만큼 큰 사이즈일 필요도 없고, 꼭 하나만 벽에 걸어두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위의 이미지처럼 거울 본래의 기능과 인테리어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형태로 적용할 수 있고




공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복사 재생산해서 하나의 오브제를 다양하게 투사해주는 인테리어 요소로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테리어란 책에서 배운 모범답안처럼 반드시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게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창의력 넘치는 영화감독의 예술 감각을 통해 나만의 인테리어 포인트를 찾아보다면 그 또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줄 것 같습니다.  

이전 08화 싱글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