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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Jan 25. 2021

<브리저튼> 살펴보기 2 - Music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물 <브리저튼>을 다양한 측면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 편은 두 번째로 드라마에 삽입된 음악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브리저튼>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초반입니다. 당시를 주름잡았던 음악은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로 대표되는 고전주의 음악인데요, 과연 이 시대극 형식의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어떤 음악들을 사용해서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해 내고 있을까요?


<브리저튼>에 사용된 음악들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해석된 현대의 인기곡들,  드라마의 배경에 맞춘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 그리고 드라마의 서사를 더욱더 풍부하게 만들 다양한 클래식 음악.


그럼 이제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 속 음악들을 하나하나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재해석된 현대의 인기곡


로맨스란 장르의 주요 소비자들이 친숙해할 현대의 팝송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1에서 주인공이 사교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입니다. 마차에서 내리는 그녀는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데,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mljfYBkGVg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를 재해석한 Vitamin string quartet의 연주입니다.


큰 오빠인 안토니는 처음으로 사교계에 등장하는 여동생의 보호자 역을 자처하며 파티장에서 주위에 모여드는 청년들을 하나씩 떼어내고 있습니다. 그의 태도가 마치 Thank you! And next?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죠?

 

원곡과 함께 비교해가면서 들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gl1aHhXnN1k



그렇게 멋지게 사교계에 등장을 알렸던 다프네는 어떤 남성들이 자신에게 구애하기 위해 방문할지 궁금해하며 마룬 5의 리듬을 현악사중주로 연주하는 멜로디와 함께 경쾌한 아침을 시작합니다. <Girls like you>


https://www.youtube.com/watch?v=eKTnO9fOcE8


https://www.youtube.com/watch?v=aJOTlE1K90k


하지만 오빠의 방해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도도하다고 느꼈는지 다프네에게는 아무 구애자도 나타나지 않는데, 반면 새로이 도시에 등장해 색다른 매력을 뽐낸 페더링턴가의 마리나 톰슨에게는 마치 노래의 가사 (Girls like you love fun and, yeah, me too)처럼 매력을 느낀 구애자(caller) 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2에서도 계속해서 인기 아티스트의 노래를 편곡한 Vitamin 현악 사중주의 연주가 실리고 있는데요  Shawn Mendes의 <In My Blood>입니다.


무도회에 참석하기 전 다프네는 여동생 엘로이즈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행복한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엘로이즈는 그런 언니를 불쌍하게 여깁니다. 


장면이 바뀌며, 다프네는 사이먼 (헤이스팅스 공작)과 함께 무도회장으로 들어서는데,



이때 흐르는 <In my blood> 

과연 그녀가 꿈꾸었던 결혼은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그녀의 핏속에 흐르는 본능은 무엇을 갈구하고 있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LNcK8P-2YWQ


https://www.youtube.com/watch?v=36tggrpRoTI





에피소드 3에서 다프네와 사이먼은 구애자들과 딸을 가진 엄마들을 속이기 위해 둘만의 연기를 시작하며 무도회장에 들어섭니다.



사이좋게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다프네와 사이먼에게 새로운 구애자가 등장하고, 다프네는 자신에게 춤을 신청하는 구애자의 요청을 수락합니다.

사이먼의 질투 어린 표정을 보며 다프네는 멋진 연기라고 칭찬해 주는데, 과연 사이먼의 질투는 단지 연기일 뿐일까요? 


Duh! 이후에 시작되는 빌리 아일리쉬의 <Bad guy>가 뿜어내는 신나는 리듬이 무도회에 열기를 더하는 이 장면에서, 과연 두 주인공 사이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PWUbCwmBmgE



https://www.youtube.com/watch?v=DyDfgMOUjCI




드라마는 에피소드 1에서 에피소드 4까지 모두 4곡의 인기 팝송을 비타민 현악 4중주의 멋진 편곡과 연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5와 에피소드 6에서도 2곡이 더 등장하는데 Celeste의 <Strange>는 이 드라마의 오리지널 음악 작곡을 담당했던 Kris Bowers의 편곡으로 등장하며, 테일러 스위프트의 <Wildest Dreams>는 베를린과 LA에 각각 거주하는 작곡가들이 결성한 Duomo의 편곡으로 연주됩니다.


사랑스럽고 감미로운 분위기의 첫 번째 곡은 주인공 다프네와 사이먼이 결혼식을 올리고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https://www.youtube.com/watch?v=hUh0sOEJQyU



https://www.youtube.com/watch?v=A1AJEv50Ld4



2번째 곡이 드러내는 높고 낮은 멜로디의 교차는 멋진 광경의 자연 속으로 야외 피크닉을 나온 신혼부부의 열정을 아름답게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gMUzKJZhHE


https://www.youtube.com/watch?v=-sMDJbID8F4



<브리저튼>에서는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한 흥겨운 선율의 팝송을 아주 자연스럽게 고전주의 형식의 음악 언어로 탈바꿈시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드라마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고 있습니다.





2. 드라마의 배경에 맞춘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


시즌 1의 전편에 걸쳐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의 분위기에 걸맞은 모차르트의 다양한 곡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EBq-XBoERg


경쾌한 리듬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17번 3악장 Rondo Allegro는 궁전의 우아한 분위기와 가십 기사를 읽는 왕비의 호기심을 동시에 잘 드러내 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3YNU2E1xc4


부드러운 선율이 느리게 노래하듯이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3번 2악장을 연주하는 다프네 주위로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이 피아노의 멜로디처럼 사랑스럽게 펼쳐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yDo224sGSo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모차르트가 이끌어 내는 미뉴에트 리듬의 흥겹고 힘찬 현의 조화는 새로운 출발을 앞둔 주인공들의 결혼식장 분위기를 살려내기에 딱 안성맞춤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곡의 모차르트 음악이 등장하지만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또 다른 거장 베토벤을 빼놓을 수는 없죠. 특히나 독일 출신의 여왕이 있다면 말입니다.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작곡가입니다!!) 


왕비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조카와 다프네가 맺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레이디 휘슬다운의 가십 기사를 읽으며 그녀의 귀에 울리는 운명의  노크 소리에 점차 이성을 잃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7pQytF2nak


왕비의 역정을 사게 된 다프네와 사이먼은 과연 그들의 계획에 따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까요?





3. 드라마의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다양한 클래식 음악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드라마의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특정 장면이 가지고 있는 감정선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음악들이 선택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음악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입니다. 예전에는 재즈 오케스트라 모음곡 2번으로 알려져 있던 다양한 오케스트라 모음곡 1번 7번째 곡입니다. 많은 영화에 삽입되기도 했고 여러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었던 이 곡은 흥겨운 왈츠 리듬 위로 단조의 차분한 멜로디를 믹스해서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사용된 분위기처럼 <브리저튼>에서도 레이디 트로우브리지가 주최하는 약간은 이국적이고 과감한 무도회의 장면에 삽입되었는데요,


순간의 열정에 휩쓸려 한 번의 키스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젊은 청춘남녀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내레이션이 왈츠의 선율 위로 던져지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aKdPgkTZ7M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호프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유명한 "뱃노래"도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드라마의 배경 시대보다 훨씬 뒤에 작곡된 곡이지만 극 중에서는 큰 오빠 안토니의 정부이자 오페라 가수인 시에나 로소가 오페라 무대에 올라 이 곡을 부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u0M4CMq7uI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2 중창이지만 실제 오페라에서는 주인공을 유혹해야 하는 창부 줄리에타와 그녀를 조정하는 마술사 다페르투트의 2 중창으로 메조소프라노는 남자 복장을 하고 남자 역할을 연기하게 됩니다.

이런 이중성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시에나 로소와 안토니 사이의 관계에 대한 복선이 되고 있습니다.






<브리저튼>에 등장하는 다양한 성격과 형식을 지닌 음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곡들 이외에도 드라마 속에는 이번 <브리저튼>을 위해 작곡된 다양한 OST가 등장합니다.


<브리저튼>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이처럼 다양한 음악들이 일반적인 로맨틱 드라마들과 달리 멜로디와 리듬을 통한 다양한 기호적 의미를 어떻게 전달하며 그를 통해 드라마의 중요한 순간들 마다 시청자들의 감정을 끌고 나가는지를 살펴보는 색다른 감상법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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