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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r 03. 2021

넷플릭스 <오자크>

김밥과 떡볶이, 우리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죠. 만들기도 간단하고 먹기도 간편한 음식이며, 조리법 역시 아주 단순합니다. 


김에 밥과 몇 가지 속재료를 얹어서 둥그렇게 말아서 먹는 김밥이나, 떡에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는 양념을 풀어 넣고 끓이는 떡볶이나 어떻게 만들던지 그게 그것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워낙 많이들 먹고 좋아하는 종류이다 보니, 저마다의 독특한 방법들로 다양하게 메뉴를 개발해서, 집집마다 미묘하게 약간씩 다른 맛을 선보이는 그런 음식들이죠.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물 중에서도 마치 김밥과 떡볶이 같은 마법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가끔 있는데, 이번 편에 소개할 <오자크>가 바로 그런 부류의 대표적인 드라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잘 나가는 회계사는 가족들을 위해 좀 더 부유하고 윤택한 삶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욕구와 포부가 커질수록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과신도 커져만 가고, 결국 그는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바로 엄청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비자금 세탁을 담당하게 되죠. 그리고 드라마 진행을 위해 당연히 예상되는 것처럼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게 됩니다. 


가족을 지키고 동시에 자신이 쌓아 올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불만이 가득 찬 가족과 함께 한때 잘 나갔던 휴양지로 삶의 거처를 옮기고, 그 조그만 시골 동네에서 갱단의 자금세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이렇듯 드라마의 스토리 진행을 위해 선택된 이런 소재들은 여태껏 동일한 부류의 드라마들에서 의례히 예상되는 아주 상투적인 것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오자크>의 제작진들은 이런 클리셰를 피하거나 돌아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바로 김밥과 떡볶이가 가지고 있는 비법처럼 이토록 뻔한 소재들을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틀어서 늘 먹었던 김밥이나 떡볶이와 똑같이 보이지만 막상 한입 물고 그 맛을 음미하면 뭔가 다른 김밥과 떡볶이가 느껴지는 것처럼 드라마의 진행을 아주 흡입력 있게 바꿔 놓고 있습니다.


사건들의 진행 리듬을 익숙한 속도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살짝 뒤섞어서 뻔한 예상을 한 박자씩 엇나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캐릭터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제이슨 베이트먼은 주연과 시리즈 절반가량의 연출을 맡아서 뻔한 이야기에 뻔한 배우를 섞는 이중 부정 (뻔한 캐릭터를 상투적인 느낌의 배우가 맡게 되다 보니 오히려 색다른 느낌이 생겨버린?)을 통해 오랜만에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러브 액츄얼리>와 <트루먼 쇼> 등에서 우유부단하고 정에 약한 그리고 연약하고 흔들리는 캐릭터를 선 보였던 로라 리니가 그의 아내로 등장해서 기존의 그녀가 만들어 낸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 갖게 되는 선입견을 조금씩 뒤집어 가며, 가족과 생존을 위해 점차 강하고 독해지는 엄마 역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들을 뒤쫓는 문제 많은 FBI, 보스보다 더 잔인한 느낌의 변호사, 겉보기와 다르게 똑똑하고 노련한 마을 소녀 등, 대부분의 캐릭터에 조금씩 간을 더해서 뻔한 느낌이 살짝 비겨나간 듯한 진행을 선보입니다. 


가족을 위한다며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몰지각한 가장이 만들어내는 적절한 가족애,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갱단을 위해 일을 하는 나름의 프로가 동네의 양아치들과 부대끼며 만들어 가는 적당한 인간미, 심장을 폭발시키진 않지만 빠른 진행을 통해 품어내는 은근한 서스펜스 등, 최근의 과도하고 극단적인 드라마 만들기 스타일과 결이 살짝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지만 의외로 흡입력이 풍부해 리모컨의 '스톱' 버튼을 누르기 힘들게 만드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자크>는 평범함속에 들어있는 미묘한 차이가 만들어 내는 색다른 즐거움이 가득한 드라마입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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