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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r 04. 2021

넷플릭스 <더 킹:헨리 5세>

2019년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한 <더 킹>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 1> <헨리 4세 2> 그리고 <헨리 5세> 등을 기본으로 새로운 각색을 통해 잉글랜드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헨리 5세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역사 드라마입니다.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미에서는 실제 영국 역사에 기반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가 꽤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중세 말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벌어진 100년 전쟁의 중요 사건중 하나인 아쟁쿠르 전투를 배경으로 삼은 이 희곡은 새로이 왕좌에 오른 젊은 왕 '헨리 5세'가 자신을 둘러싼 당시 잉글랜드 내의 복잡한 정치지형 속에서 군사를 일으키고 프랑스로 진격하여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전투를 어떻게 이끌어 내었는지를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주연인 할 왕자 (헨리 5세) 역에는 당시 할리우드의 최고 인기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가 캐스팅되었고,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 해석하기 위해 그 역할을 많이 강화한 팔스타프 역은 조엘 에저튼이 맡고 있습니다.



티모시 살라메는 속을 알기 힘든 독특한 표정과 미소를 통해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왕의 고뇌와 고독을 그려내고 있지만, 반대로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투씬에서는 전군을 통솔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그런 영웅적인 모습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 머릿속으로 <글레디에이터>의 막시무스, 러셀 크로우가 겹쳐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왕좌의 게임> 시리즈 중 가장 인기를 얻었던 편인 시즌 6의 9화 <서자들의 전투>에 등장하는 존 스노우 역의 키트 해링턴과 비교하더라도 티모시 살라메는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으로만 남겨집니다)


조엘 에저튼은 동향인 호주 출신 감독 데이비드 미쇼우와 공동으로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각본 작업을 하고 자신들이 새롭게 창조된 스토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팔스타프 역을 자신이 직접 연기하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팔스타프를 통해 이들은 헨리 5세를 보편적인 역사가들이 설명하고 있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전투에 참전한 호전적인 군인의 캐릭터가 아닌,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약육강식의 정치판 속에서 끝없이 전쟁을 수행한 부왕과 달리 국민을 사랑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색다른 통치자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영화 속의 팔스타프는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달리 젊은 왕자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로, 그렇게 그들은 잉글랜드의 명운을 걸고 함께 프랑스로 원정에 나서게 됩니다.


조엘 에저튼은 이 영화 이전까지 <위대한 갯츠비> <엑소더스> <블랙 매스> 등에서 주로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해 왔었죠. 고집스러운 표정과 목소리 등을 통해 선이 강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는 용감한 하지만 동시에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잉글랜드의 장군 역할을 보여주는데 전쟁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침착스럽게 분석해내는 캐릭터의 특징상 세심한 성격 묘사를 위해 연기의 리듬에 조금은 쉼표가 필요해 보이는 팔스타프의 모습이 조금은 밋밋하게 그려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영화는 재미있게도 '아쟁쿠르 전투'의 전략을 헨리 5세가 아닌 팔스타프가 수립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클리셰가 등장합니다. 다음 날 전투가 벌어질 목초지는 오늘 밤에 내릴 비로 질퍽해져서 프랑스의 기병들이 별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팔스타프에게 다른 잉글랜드 장군들이 미래의 날씨를 어떻게 확신을 할 수 있냐고 따지자 조엘 에저튼은 자신의 왼 무릎이 쿡쿡 쑤시면 비가 오는 것이라고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오래전 명작인 <황산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헨리 5세의 상대인 프랑스 왕자 도팽 역에는 <트와일라잇>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하고 있는데, 청춘스타로 유명세를 얻은 이후에 지속적으로 연기파 배우로 변신해 나가는 그 답게 아주 독특한 프랑스적 개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미국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에게 잉글랜드의 왕 역을 맡기고, 잉글랜드 배우에게는 엉뚱하게 프랑스 왕자 역을 연기하도록 시키고 있는데 프랑스인 아버지를 둔 덕에 프랑스어에 능숙하고 프랑스 국적도 가지고 있는 티모시는 그래서인지 영국 왕이지만 극 중에서 프랑스어로 된 대사가 꽤 많고 그 반대로 로버트 패틴슨은 오로지 프랑스어 악센트가 짙게 배어 나오는 영어로만 모든 대사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최근의 할리우드식 영화 만들기 작법을 충실하게 대입하고 있기에, 스토리텔링을 통한 흡입력이 뛰어납니다. 전투씬도 아주 극적으로 연출되고 있는데 반면에 셰익스피어가 만들어 낸 연극적인 요소, 즉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 극의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갖춘 캐릭터의 힘을 깊숙하게 들춰내는 묘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탓에 할리우드를 근거지로 한 LA Times 등에서는 호평을 얻어내고 있지만, NewYork과 London의 언론들로부터는 아주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어찌 보면 상당히 유사한 성격의 캐릭터로 묘사되는 이번 헨리 5세 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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