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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r 09. 2021

넷플릭스 <Mank>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2014년작 <Gone Girl - 나를 찾아줘> 이후로 오랜만에 영화 작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들을 주로 연출했던 인연 때문인지 미국 일부 지역의 극장에서 소규모로 상징적인 상연을 하고 곧바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스트리밍 되기 시작했습니다.




맹크는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 각본가로 활약했던 영화 <시민 케인>의 실제 작가 허먼 J. 맹키위츠의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전기영화로, 감독의 아버지 잭 핀처가 사망하기 전 집필한 각본을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독특하게 흑백 영상으로 만들어졌는데, 아마도 <시민 케인>이 흑백 필름이기에 이 영화도 흑백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941년에 개봉된 <시민 케인>이 당연히 흑백영화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1939년 개봉된 <오즈의 마법사>가 최초의 컬러영화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것을 생각해 보면 <시민 케인>이 흑백으로 제작된 것은 반드시 시기적이나 기술적인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오즈의 마법사>가 최초의 컬러 영화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영화 애호가의 관점으로 이 영화 이전에 기억에 담을 만한 컬러영화가 없기에 최초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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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예전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데뷔작인 <에일리언 3>을 필두로 <세븐> <더 게임>  <패닉 룸>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그리고 <나를 찾아줘> 등 전부 쫄깃쫄깃한 서스펜스와 스릴러가 중심이 되거나  <더 게임> <파이트 클럽> <밀레니엄> <나를 찾아줘> 등처럼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잔혹성과 폭력성이 농축된 강렬한 이미지 구성 등이 특징이었습니다. 


물론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의...> <소셜 네트워크> 같은 영화들은 독창적인 프레임으로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내공을 쌓은 감독의 화면에서 발견되는 탐미적이고 농도 진한 응축된 장면들에서 보이는 날것에 가까운 거칠고 어두운 장면들이 만들어 내는 심리의 외형을 통해 다층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강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라 이번 영화처럼 실존인물에 대한 전기적 스토리를 어떻게 펼쳐나갈지가 가장 궁금하고 관심이 갔습니다. 


심리가 생겨나는 단계를 차곡차곡 따라 발전하는 것이 아닌,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의 응축된 심리적 분위기를 중심으로 생략과 여백을 통해 심리의 굴곡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서스펜스와 스릴을 창조해 나갔던 전작들에 비해 이런 실존 인물의 스토리는 전체 내러티브를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조여나가는 부분이 필요한데 솔직히 이 감독의 스토리텔링 방법에는 전후의 인과관계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서술의 허술함이 느껴지는 적이 많았던 때문일 텐데요,


 스토리는 크게 <시민 케인>의 극본을 쓰기 위해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한 채로 한적한 시골에 던져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현재와 영화 극본의 각 부분에 대한 작가적 경험을 담아내는 과거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작가적 고민과 현실 속에 그가 처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인간적 고민이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되며 전체 스토리의 바탕을 짜 나가는 것으로 그려지고, 현실의 고민과 연결되는 과거의 원인들이 회상 장면을 통해 직조되는 무지의 천위에 멋진 장식을 넣어 가며 멋진 자수 원단을 완성하는 것 같은 구조로 영화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민 케인>을 감독한 오손 웰즈의 가장 큰 장점인 한 장면 안에 복합적인 상황을 담아내며 이야기가 장면들을 통해 유기적으로 전개되어 나가는 스토리텔링 방법을 데이비드 핀쳐 감독도 이번 영화를 통해 멋지게 구현해 내는 모습입니다.


아마 몇 편의 드라마 시리즈 작업을 통해 스토리텔링에 관한 자신만의 방법을 정립해 놓은 모양입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감독의 색다른 스토리텔링 장면 중에 특히 눈에 띄는 부분들은 (그간의 감독 스타일과는 좀 달라 보이는)


고정된 카메라의 앵글을 조정하거나 틸팅을 통해 회전하는 시선을 만들어 내는 감독 본인의 특기를 사용해서 과거의 스토리들을 통해 현재의 주인공이 가지게 되는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장면들과 ( 특히 35분경부터 영화사 사장이 주인공의 동생을 소개받아서 자신의 영화사에서 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걸어가며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많은 대사가 빠른 비트의 재즈 리듬 위로 타고 넘으면서 주인공이 현재 과거 자신이 일했던 영화사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묘사해내고 있습니다.  이 긴 장면 내내 3명의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표정연기가 정확하게 스토리의 진행과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버나드 허먼풍의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무의식적인 듯 한 이미지들을 상세한 상황 묘사 없이 오버랩되게 병치시켜나가며 히치콕 스타일의 미스터리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었는데 (1:27:30초 경부터 )






히치콕스러운 장면에서 보이는 모습은 아무래도 그의 장기인 감정이 이미지에 섞이는 느낌이라 화면도 훨씬 자연스럽고 그런 부분들을 통해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이을 표현해내는 스토리텔링적 요소도 아주 독특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맹크>는 이전까지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감독의 모습을 흑백 화면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던 근자 들어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영화였습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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