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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Aug 16. 2021

오페라 - beginner's guide1

영국 Gramophone 이 뽑은 Top 10을 중심으로

Top 10, best 3 같은 제목의 기사들은 어떤 장르의 문화 예술 잡지에서나 늘 등장하는 뻔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일 것 같습니다.


여름은 오페라 팬들에게는 아주 지루한 계절인데, 그래서인지   영국의 클래식 음반 전문 잡지인 그라모폰에서 오페라 비기너들을 위한 오페라 음반 10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필수 레퍼토리 중에 최근 Gramophone Award를 받은 음반들과, 오래전 녹음이지만 워낙 뛰어났던 이유로 이제는 전설이 된 음반들을 적절히 섞어서 소개하고 있는데요, 과연 영국 음반 전문 잡지에선 어떤 음반들을 추천하고 있는지 한번 둘러볼까요?




1. Mozart  <Le nozze di Figaro-피가로의 결혼>


Lorenzo Regazzo, Patrizia Ciofi, Simon Keenlyside, Véronique Gens, Angelika Kirchschlager; René Jacobs (Gramophone's Recording of the Year in 2004)


 1번으로 선택된 음반은 다름 아닌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최고의 오페라 앨범 10개를 고른다면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 하나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텐데, <돈 지오반니> <마술피리>와 이 <피가로의 결혼> 중 한 작품을 고르는 건 중국집에서 짜장과 짬뽕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이 작품을 고르면 저 작품이 끌리고, 또 다른 작품을 고르면 역시 그 반대가 끌리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아닐까요?


그렇게 고민 끝에 <피가로의 결혼>을 선택하더라도 산너머 산입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에리히 클라이버와 줄리니의 피가로부터 90년대 원전악기 스타일로 연주된 가디너,  아르놀드 외스트만 그리고 카라얀, 뵘, 솔티 거기에 아바도까지 거장들마다 그들만의 개성이 담긴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라모폰에서는 자신들이 2004년 <올해의 음반상> 수상 녹음으로 선택했던 르네 야콥스의 음반을 선택하고 있는데, 원전악기가 대세가 되었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는 원전악기 연주 스타일이 가지고 있는 빠른 템포(너무 빠른 템포는 경직된 느낌을 주죠)에 대한 반감들이 조금씩 생겨나던 터라 르네 야콥스의 이 음반이 2004년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것은 상당히 센세이셔널했는데요, 이 녹음에서 르네 야콥스는 전체적인 템포 선택에 상당히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곡을 지나서 1막 시작 부분의 피가로와 수잔나 2 중창까지는 상당히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는데, 2막부터는 넉넉하고 차분한 진행을 보여줍니다. (물론 템포의 통일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이 있고 전체적으로는 대부분의 음반보다는 급한 느낌을 많이 전해줍니다)


Patrizia Ciofi의 수잔나는 오래전 클라이버 음반의 힐데 귀덴처럼 가볍고 경쾌한 (약간은 비음이 섞이며 떨리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고, Véronique Gens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백작부인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Cherubino역의 Angelika Kirchschlager는 1막의 "Non So Piu Cosa Son"에서는 경쾌하고 적당한 느낌을 전해주었지만 2막의 "Voi Che Sapete"에서는 마치 바로크 시대의 오라토리오를 부르는 듯한 스타일이 전체적인 곡 진행 속에서 튀어 보이는 문제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2.  Puccini <La bohème-라 보엠>


Anna Netrebko, Rolando Villazón; Bertrand de Billy


이번 리스트는 전적으로 비기너를 위한 기획이란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바로 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선택이라고 생각되는 데요, 푸치니의 오페라 2 작품을 리스트의 제일 윗부분에 올리고 있습니다. <라 보엠>을 먼저 선택하고 있는데, 첫 번째 <피가로의 결혼>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명 녹음이 있지만 최근 녹음 중에 자신들이 추천하고 있는 앨범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급하게 전곡이 아닌 주요 부분만 발췌해서 들어보았는데요, 롤란도 비야손은 들을 때마다 항상 좋은 목소리에 비해 개성이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음반에서도 1막의 아리아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을 부르는데 맑고 풍부한 성량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의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안나 네트렙코는 디테일에 문제가 느껴지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음반에서도 프레이즈가 바뀌는 부분의 호흡이나 템포 그리고 여린 부분에서 음정의 불안정이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2 중창 "O soave fanciulla - 오 아름다운 아가씨"에서는 두 가수 다 한창 전성기의 막힘없는 음량으로 클라이맥스의 감정 분출을 분수처럼 시원하게 터뜨려 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3막의 후반부 3 중창 "Mimi e tanto malata! - 미미가 너무 아프다네!"에서 3막 마지막 부분까지에서는 가수들의 노래가 너무 감성적으로만 다가와서 1막 후반부처럼 오페라의 내러티브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멜랑콜리하게만 흐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오케스트라는 상당히 담백하고 깔끔하게 전개되다 보니 이런 부분이 파바로티와 프레니가 등장하던 카라얀 지휘의 데카판과 비교가 되어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카라얀의 지휘는 2명의 대가수를 집어삼킬 듯이 오케스트라가 자꾸 두드러지는데 반해 데 빌리는 최대한 가수들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습니다)



3. Puccini <Tosca-토스카>


 

Maria Callas, Giuseppe di Stefano, Tito Gobbi; Victor de Sabata 


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한 두 음반과 달리 세 번째 선택인 <토스카>는 50년대에 모노로 녹음된 역사적인 명반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사실 <토스카>가 오페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해 명반이라고 불릴만한 녹음의 수는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음반이 녹음된 몇 년 후 칼라스와 라이벌 위치에 있던 레나타 테발디와 델 모나코의 녹음이 이루어지지만, 칼라스와 스테파노 듀엣에 비해서는 존재감이 작습니다. 카라얀이 스테파노와 레온타인 프라이스 듀엣 그리고 리차렐리 카레라스 듀엣으로 두 번의 녹음을 하지만 아주 성공적이진 못했습니다. 카레라스는 개인적으로 콜린 데이비스 지휘로 카바예와 호흡을 맞췄던 필립스 음반에서 좀 더 편안하게 부르고 있는 느낌입니다.


데 사바타의 지휘 아래 칼라스와 스테파노는 최상의 노래를 들려주는 데, '토스카'를 부르는 칼라스 보다도 '카바라도시'를 맡은 스테파노가 극상의 노래를 들려준다는 느낌입니다.  유명한 프로듀서인 발터 레게의 녹음도 뛰어나다는 평을 많이 받지만 지금부터 대략 70년 전이다 보니 아무래도 세월의 흔적이 약간은 느껴지긴 합니다. 모노 음질이 익숙지 않으신 경우라면 카라얀의 두 번째 음반이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Beethoven <Fidelio-피델리오>



4번째로 선택된 음반은 베토벤의 <피델리오>입니다. 유명한 곡이긴 하지만 초보자를 위한 오페라 10선에 뽑힌 점은 약간 의외입니다. 2011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연주된 세미 스테이지 라이브 공연 녹음으로 아바도 말년의 대표적인 명음반입니다. 요나스 카우프만은 작년 초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베토벤 250주년 기념 <피델리오>에도 출연해서 아주 호평을 받았었는데, 사실 최근 들어 '플로레스탄'역을 할만한 테너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로 이 <피델리오>가 당분간 최고의 위치를 위협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5. Wagner  <Tristan und Isolde-트리스탄과 이졸데>   




이 5번째 선택 역시 4번째만큼이나 동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바그너와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오페라 세계에 일으킨 파도가 작지 않다는 것은 격하게 찬성하지만 사실 초보 오페라 팬을 위한 10개의 음반에 이 곡이 선정되면 반대로 비기너들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리스트에 포함되어야 할 필수 작품이 빠지게 되는데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3곡 중에 하나이지만 처음 오페라에 입문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는 확실하게 자리 잡은 몇몇 명반이 있는데, 이 파파노의 최근 녹음은 그중 하나는 분명하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초보자를 위한 리스트란 맥락에서 보면 그나마 이 음반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작년 그러니까 2020년 6월에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에서 제가 이렇게 추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중요한 작품이니 한 번쯤 전곡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하신다면 오히려 이 도밍고의 음반이 가장 편하게 전곡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난 글 보기 :https://brunch.co.kr/@milanku205/433





7월 초 영국의 음반 비평 잡지인 그라모폰에서 올린 "비기너를 위한 오페라 10선"의 나머지 5 음반은 다음 글에서 계속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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