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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Aug 20. 2021

음악의 템포로 배우는 삶의 지혜-2

초등학교 음악시간부터 우리는 뜻도 모르는 많은 단어들을 배우고 또 지금껏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음악에서 템포를 나타내는 빠르기 말 역시 그런 뜻 모를 단어들 중 하나인데, 그래서 Largo부터 시작해서 음악의 빠르기말들이 가진 의미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난 글 보기 : https://brunch.co.kr/@milanku205/545


 



오늘은 Andante를 살펴볼까 하는데요, 이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안단테의 원 의미가 '가다' '걷다' 등의 뜻을 가진 ambitus란 라틴어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우리가 "느리게"라는 빠르기말로 알고 있는 안단테에는 걷기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죠.


갑자기 몇 해 전, '슬로 라이프'란 단어가 많은 인기를 끌었던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슬로 라이프'가 유행할 때 '걷기'가 덩달아 인기가 높아져서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분들이 꽤 많아졌었죠.


Andante의 빠르기를 가진 유명한 곡들을 생각해 보니, 가장 먼저 차이코프스키의 <Andante Cantabile>의 멜랑콜리한 멜로디가 떠오르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eZFUaQxuymA 



현악사중주 1번의 2악장인데,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세련되고 낭만적인 감성이 강하게 풍겨 나오는 곡인데, 클래식 음악 입문용으로도 워낙 유명하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Naxos에서는 "휴식과 몽상"이란 부제를 붙여서 andante의 빠르기를 가진 유명한 곡들을 모아 음반을 출시했는데, 첫 번째 곡은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 중에 "아침"입니다.


사실 이 곡의 원래 빠르기는 "Allegretto pastorale"이니 안단테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연주하는 곡인데, 목가적인 분위기로 라는 꾸밈이 더 들어가 있는 것을 Naxos에서는 안단테란 주제 아래에 묶어 버린 것 같습니다.

원 빠르기말을 모르는 상태로 음악만 듣는다면 명상을 하며 아침 산책길을 걷기에 딱 어울릴 음악일 것 같습니다. (입센의 희곡에 음악을 붙인 원곡의 부제를 보면 태양이 떠오르는 사막을 걷는 장면이라고 되어 있다고 하는데, 목가적으로란 꾸밈말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S0cZT34Y-cs


 

여러 녹음을 찾아보시면 연주시간이 대략 3분 40초 전후에서 4분대 초반까지 있는데, 제가 링크해 드린 연주는 지휘자가 빠른 템포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많은 교향곡들이 두 번째 악장에 느린 빠르기를 적용하는데, 초기 교향곡의 형태가 빠르고 - 느린 - 그리고 다시 빠른 3악장 형태에서 출발한 이유로 이후 4악장 형식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후에도 보통 2악장은 느린 템포로 작곡되곤 했습니다. 안단테란 빠르기는 왠지 감성적이고 풍부한 감정을 연상케 하는데, 그렇다면 슈베르트가 제격이 아닐까요? 교향곡 8번의 두 번째 악장이 마침 "Andante con moto"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5wjuHKZJjI 

 

아쉽게도 이 2악장만으로 끝이 나는 바람에 미완성이란 제목을 갖게 되었죠.




처음에 안단테가 걷다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편안한 산책길에 어울릴만한 안단테의 빠르기를 가진 곡으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 Andante가 어떨까 싶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df-eLzao63I



이 곡을 들으며 산책하는 분의 모습을 멀리서 보면, 아마도 우리의 감정을 강렬하게 흡입하는 음악에 빠져, 사뿐사뿐 춤을 추듯 걸음을 옮기다가 잠깐 멈춰 서고 그리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 독특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토벤의 곡 중에는 이상하게도 안단테 하면 이 곡이 떠오릅니다.

<교향곡 7번>의 2악장인데요, 연주를 듣다 보면 안단테의 빠르기일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 베토벤이 붙인 빠르기 지시는 "알레그레토"입니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알레그레토 중 하나인데요, 그래도 왠지 교향곡 7번의 전체 흐름 속에서는 명상에 잠기게 하는 멜로디가 상당히 느리게 느껴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v2QnrCJNk0



https://www.youtube.com/watch?v=KbNGklNz8Yk



https://www.youtube.com/watch?v=s2laAgVwhog


비교를 위해서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연주들을 링크해 드렸는데,


 첫 번째 영상의 파보 예르비의 해석이 가장 현대적인 스타일입니다. 간결하고 다이내믹의 조절이 상당히 세밀하죠. 그리고 템포 역시 악보에 가장 충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영상의 주빈 메타가 이전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템포일 것 같습니다. 상당히 절도 있는 리듬을 선택하고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여리고 센 대비를 좀 더 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주제가 한번 돌고 나서 감정을 북돋우며 바이올린이 주도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는 (예르비 2분경, 주빈 메타 2분 9초경) 부분에서 현의 흐름을 들어보면 두 지휘자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마지막 영상은 푸르트벵글러의 지휘인데요 자신의 명성답게 악보에 쓰인 빠르기말은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진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느린 템포이지만 오히려 주빈 메타의 해석보다 좀 더 리드미컬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3명의 서로 다른 지휘자가 들려주는 베토벤의 이 음악에서, 과연 여러분은 어떤 빠르기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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