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수의 왕 Oct 12. 2021

또 하나의 <오징어 게임>

요즘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구독을 끊은 지 좀 되는 바람에 아직 직접 시청을 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언론 보도를 통해 우리가 제작한  드라마가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는 소식들을 접하고 있던 차에, 예술계에서도 전 세계 아트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런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 2021년 프로젝트가 한국 출신의 미술가의 설치 작품으로 열리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아니카 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주로 만들어 내던 미술계에 향기, 요리 같은 후각적 요소들을 과학(특히 생물학)과 교차시키는 새로운 방식의 개념 예술가입니다. 작품을 위해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는 설비를 제작하고 자신이 고안한 독특한 생태계를 그 설비 안에 형성하기 위해서 생물 학자 및 화학자 들과 꾸준히 협업을 해오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설치작품으로는 <You Can Call Me F at The Kitchen> <Life is Cheap> 등이 있습니다.





<You Can Call Me F at The Kitchen>







<Life is Cheap>

<Life is Cheap>




기존 회화와 달리 개념미술이나 설치작품들은 작품을 관통하는 개념을 알지 못하면 이미지도 옮겼을 때 많이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인데요, 아니타 이의 작품들은 대부분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들이 냄새나 특정 화학물질에 반응하며 생태계를 구현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투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 터바인홀 전시는 테이트 모던이 처음 개관한 2000년부터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는 기업체의 commison을 통해 주로 진행되어 왔는데, 초기에는 유럽계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가 2011년까지 후원을 했고 몇 년간 후원업체가 없다가 2015년부터 현대자동차가 스폰서를 맡고 있습니다.


미술계에서 터바인홀 전시의 위치는 현재 상당히 높은 편인데, 루이스 부르주아, 아니쉬 카푸어, 아이 웨이웨이, 올라프 엘리아손, 카라 워커 등 세계 미술계의 쟁쟁한 스타 작가들이 매년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한 작품들을 전시했기 때문이며 이제는 테이트 모던의 가장 대표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2021년 프로젝트의 명칭은 <IN LOVE WITH THE WORLD - 세상과 사랑에 빠지다> 인데요, 여기서 상징하는 세상의 모습이 약간은 으스스합니다.







과거의 SF 소설 등에서 외계인의 모습을 종종 오징어 같은 연체동물로 묘사하고 했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도 꼭 그런 오징어 같은 형태를 지닌 정체모를 존재가 등장합니다.


작가는 이 독특한 형체의 물체를 Aerobes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상상 속의 AI들이 지구 환경 속에 거주하는 모습을 구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왠지 예전에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던 연체동물처럼 생긴 무서운 공격기계인 센티널이 떠오르는 데, 알지 못할 미래의 지구는 더 이상 우리와 같은 유기체가 아닌 이런 기계 생명체, AI 등이 살아가는 환경으로 변하게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작가는 현재와 같은 맹목적인 과학의 발전을 계속되면 우리 생태계가 파괴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종족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다고 암시하는 것일까요?


 



전시는 이런 시각적인 형상뿐 아니라 작가가 지속적으로 전개 해왔던 후각에 대한 부분까지 제공하고 있는데  전시회 공간 전체에 테이트 모던이 속해있는 장소가 오랜 역사를 지나오면서 만들어 낸 또는 풍기게 된 다양한 냄새들을 재구성해서 매주 새로운 향기(향수가 아닌 자연환경의 냄새)를 풍겨내게 된다고 합니다.


 가디언지의 미술 평론가가 개막 첫 주의 냄새는 거의 무슨 종류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투덜대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파괴적이고 독특한 개념미술이 많이 전시되는 런던에서도 이번 전시는 아주 특별한 편일 것 같습니다.



전시는 내년 2022년 1월 16일까지로 예정되어 있으니, 위드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면 런던으로 여행가야 할 색다르고 좋은 핑계가 하나 생긴 듯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찌의 팝업 Cartoleri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