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맞춰 구찌의 신규 아이템들이 론칭되었습니다
구찌 홈페이지에 Cartoleria로 나와있길래 사전을 찾아보니, stationer’s 즉 문방구라고 나오네요.
올드한 표현으로는 문방구, 요즘 최신 표현으로는 아마도 라이프스타일 shop정도가 될 듯합니다.
팬데믹으로 여행도 못 가는데 뭉개 구름 가득한 하늘에 목베개가 구름처럼 뭉실 뭉실 떠다니고 있습니다.
꿈 속일까요? 아님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환상의 세계일까요? 잠을 부르는 푹신한 베개와 꿈의 형상을 뒤섞어 요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쉬르 레알리즘"의 핵심인 다양한 이미지의 병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올린 이유는 당연히 구찌에 관한 정보 공유 때문은 아닙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을 론칭하면서 구찌가 사용하는 광고 이미지 속의 코드들과 콘셉트가 재미있어서 한 번 살펴보고자 함인데요, 아마도 예술이 우리의 현실 생활에 어떻게 접목되는지에 관한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이미지들도 한번 살펴볼까요?
거울 속에 거울에 비친 영상이 반복되며 끝없이 펼쳐지고 있고, 그 앞에 거울에 비치지 않는 주인공이 모습이 웃고 있습니다.
끝없이 반복되며 빠져들어가는 환상의 세계..
아마도 우리를 보고 웃고 있는 모델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공상이겠죠?
마찬가지로 쉬르레알리즘 기법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한 이미지 속에 멋지게 구현해 내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비슷한 이미지를 보신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일전에 소개해 드렸던 LG OLED 광고 읽기에서도 보여드린 (지난 글 읽기 : https://brunch.co.kr/@milanku205/943)
도로시아 태닝의 <Birthday> (1942)입니다.
광고를 보는 우리도 모델처럼 구찌를 입고 편안한 꿈속의 나라에서 더 깊은 꿈속으로 계속 달려가도록 설득당하고 있는 것일까요? ( 그런데 영화 인셉션에서는 이렇게 계속 꿈의 층위가 깊어지면 코마에 빠진다고 하지 않았나요?)
형형 색색의 연필들이 푸른 잔디 위에 세워져 있고 그 옆에 연필을 깎으며 생겨난 부스러기들이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래빗 홀처럼 동그랗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카드 병사들의 빼쪽한 창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오호! 카드게임의 주인공들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니군요. 구찌의 카드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강아지로 변신하게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더 이상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하지 못해서 눈앞에 사람들이 강아지로 보이게 되는 걸까요?
만년필을 바라보고 있는 앵무새를 보니, 소설 보물섬 속 실버 선장의 앵무새가 생각납니다. 우리 모두 주인공 짐이 되어 금은보화를 찾으러 떠나게 되는 것일까요?
차곡차곡 쌓여 올린 연필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서는 House of card 게임이 연상되네요
결코 단단하게 굳어질 수 없는 카드로 만든 집, 단 한 장의 카드만 중심을 잃고 나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이 게임처럼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구찌를 보는 순간 우리의 이성은 연필처럼 흩어져 버리고 마는 것일까요?
소비를 유발하는 것은 이성에 호소할 때가 아니라 감정에 호소할 때 가장 효과가 있다고 하죠.
구찌의 광고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들을 (유명한 미술작품, 만화 영화 등등) 아주 세련되게 재포장해서 소비자들의 이루어지지 않는 욕구, 즉 여행, 모험, 환상, 게임 등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목말라하는 것들을 적절하게 건드리며 지갑을 열게 끔, 구매욕을 자극하게 잘 계산된 작품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