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데 버티면 잃는게 더 많다.
언젠가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팀원일 때와 팀장일 때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요?' 당연히 머리 속에 가장 크게 떠오르는 두 단어는 '연봉 및 처우', '책임' 이었다. 질문자 역시 예상했던 지 이 두가지를 제외한 답변을 요구했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팀원일 때는 팀장이라는 존재가 있어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잘 모르고 어려울 때 해결해 줄 누군가가 있다라는 생각 때문에. 반면 처음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았을 때는 불안했다. 내가 명확한 가이드를 줄 수 없고,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 모두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 공부해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하고,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야 한다고 믿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마음가짐과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팀장으로서 제시한 가이드와 해결책은 항상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고,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에게서 전달되는 Order와 Task는 실무자 입장에서 100% 공감되지 않았다. 결과가 성공적이라 한들 팀원은 자신이 만든 성과가 아니기에 실망감이 들었고, 반대로 실패로 돌아가게 됐을 때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책임감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팀장과 팀원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채 서로 점점 등을 돌리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 우리는 큰 착각을 한다. 실적과 성과에 대한 책임은 팀장이 지는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팀원은 팀장이 내리는 결정과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 팀원들 역시 성과에 대한 책임에서 100% 자유롭지 않다. 팀장의 잘못된 결정은 직간접적으로 팀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연말 성과평가에서도 고평가를 받을 수 없지 않은가. 결국 모든 책임은 팀장 개인이 아닌 팀원 모두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인정하기로 했다. '저도 잘 모릅니다' 라고. 나는 팀원들에게 자신이 맡은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줄 것을 요구했다. 전략과 실행안을 나에게 제시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제안에 설득력이 있고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말을 함께 전달했다. 혹여나 업무에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나에게 경험과 솔루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알려주었고, 본인 역시 잘 모르는 부분은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갔다.
그렇게 약 4개월 정도가 지난 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팀원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회의를 할 때면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던 팀원들이 먼저 회의를 제안하고, 스스로의 성과를 보여주며, 계속해서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 냈다. 성과는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려냈고, 팀원들이 느끼는 회사생활에 대한 만족도 역시 비례해 갔다.
사실 남의 돈을 받게 되는 회사생활은 실적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주로 압박은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기 마련인데, 그 피해자는 결국 팀원으로 귀결된다. 똥줄이 타는 팀장은 이것저것 더욱 많은 지시를 내리게 되고 밀려드는 업무량은 자연스레 야근으로 이어진다. 불안함으로 이성을 잃은 팀장의 피드백은 갈 곳을 잃게 되고, 지칠대로 지친 실무자의 피로와 불만은 퇴사로 끝을 맺는다.
사실 나 역시 이러한 접근 방법이 정말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실적 압박에서 자유로웠던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팀원이 업무를 통해 개인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업무 퍼포먼스와 근태는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고, 이것은 다시 팀과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믿음을 실현 했고 검증했다.
팀장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팀원에게 권한과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면 훨씬 높은 효율성과 더 나은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 월급은 팀장이 주는 것이 아니고 책임은 결국 모두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팀장은 팀원에게 지시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팀원들 개인의 의견을 조율하고 취합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동료들이 시너지를 만들어가며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팀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그 중심이 되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