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정부 정책보다 인상깊었던 태도
"오늘 점심 약속 있어요?" "없어요~" "잘됐다, 오늘 OOO 만나는데 같이 갈래요". 지인 소개로 예기치 못하게 경제정책에 관련된 꽤 직급이 높은 공무원을 함께 만났다. 어쩌다보니 밥한그릇 비울 틈 없이 한시간 내내 가상화폐 대화만 나눴다.
나는 가상화폐 정책도 정책이지만 공무원 분의 태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엘리트 관료이지만 굉장히 겸손했고 끊임없이 공부하셨다. 이미지 연출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살아온 분임이 느껴졌다. 그 분은 명함을 받으면 비서 도움과 명함관리 앱 없이 당일 직접 주소록에 입력한다는 습관도 대단했다.
그 분은 가상화폐 관련 국내외 뉴스는 물론 국내외 잡지, 블로그, SNS까지 검색하면서 트렌드를 익히고 의견을 구하고 싶은 전문가가 있으면 직접 연락해 취재(!)도 다니고 계셨다. 그날 오후도 가상화폐에 대한 어떤 글을 쓴 분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와중에 오후 정부 회의, 면담 요청 전화가 두번넘게 울렸다.
내가 가상화폐 용어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그 분은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면서 영국은 ~~, 미국은 ~~ 표현을 많이 쓰고 매체마다 쓰는 용어가 다르고 뉘앙스는 어떻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주루룩 말했다. (너무 많아서 기억이 다 안난다..찾아봐야겠다)
그 공무원의 취재원 선정 기준은 현 이슈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파악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가상화폐에 얽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론을 호도하는 사람, 깊이 알지 못하면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을 가장 경계한다고 했다. 가상화폐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발언을 하려면 자신의 투자 여부도 밝혀야 상대방이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는 사견도 내놓으셨다.
공무원은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을 어떻게 보나" "좋은 아이디어있으면 알려달라"고 기자들에게 역질문을 많이 하셨다. 가상화폐에 대한 개인 생각뿐 아니라 JTBC의 가상화폐 특집토론에 대한 인물평도 밝혔는데 특징 잡는 표현력이 명료하고 날카로웠다.
나는 공무원, 정치인도 취재해보았지만 산업부에 오래 근무해서 기업인을 접한 시간이 훨씬 많다. 공무원을 바라보는 느낌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치와 비슷하달까. 가상화폐는 이슈도, 정부 정책도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시장이 어떻게 안정될 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공무원은 관료에 대한 편견을 많이 깨주었다. 가상화폐 때문에 답답함도, 스트레스도 많으신 것 같은데... 가상화폐 논란은 잘 진정되면 좋겠다.
2018.01.19. 밥 먹고 지인과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했다. 커피를 기다리면서 나는 "저 분은 원체 똑똑한 데도 엄청나게 공부하신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인은 "그런데도 겸손하기까지 하다. 그런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말했다. 암튼 인상깊은 무서운(?!) 취재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