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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Nov 11. 2022

UX를 위해 개발 말고 기술 트렌드는 공부 안 해요?

어쩌면 정말 중요한데 아무도 몰라주는 설움

가끔 UX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얼굴 가득 의욕이 넘쳐흐르는 친구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선생님, 개발을 공부하면
디자인에 도움이 되나요?


제 외할머님이 남기신 말씀 중에 제 인생에 지침이 된 것과 다름없는 말씀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깡패 새X들도 사귀어 두면 다 쓸데가 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X끼라는 욕설을 그대로 쓴 건 실제로 외할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말씀인즉, "깡패도 사귀어 두면 네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닐 때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 거 아니냐" 상당히 급진적인 말씀이긴 했지만 시대상이 80년대인걸 감안하면 때론 법보다 주먹이 가까웠을 시절이니 그러려니 넘겨 줍시다.


요는 세상에 뭐든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디자이너가 개발을 배워야 할까 vs 개발자가 디자인을 배워야 할까?

당연히 개발 알면 좋죠.

굉장히 현실적이고 구현 타당도가 높은 디자인, 즉 개발 효율이 높고 협업하기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손해 볼 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여유가 된다면 권장하고 싶기까지 합니다.

(물론 포폴 하나 제대로 준비 안된 친구들에게는 차라리 그 시간에 포폴이나 집중하라고 권하긴 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개발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기술 트렌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써 내려갈 이야기는 듣는 분에 따라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린 친구들에게는 필요한 충고가 아닐까 하는 제 나름의 고뇌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전 UX 디자이너에 있어서 개발을 안다는 건 현실성, 현재를 이해하는 디자인을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구글/애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답습해서 현재를 충실하게 담아내는 안전한 UI 결과들을 뽑아내는 것과 같이 말이죠.


하지만 자알 생각해 보자고요. 우리는 시장 문제 Pain Point를 사용자 경험 시나리오 관점에서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입니다. 항상 현재의 관점으로만 생각하면 과연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도출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보죠.

어릴 적 멀리 떠날 땐 항상 조수석 어머니의 손엔 지도가 들려 있었습니다


적어도 2000년대까지만 해도 운전을 하는 많은 분들에게 낯선 길을 가거나 장거리 여행을 갈 때의 문제는 길을 정확하게 찾기 어려웠습니다. 당연하죠, 머리털 나고 처음 가는 초행길을 쉬이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당시에 그런 시장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더 정밀한 도로지도가 나왔고, 볼륨은 커지고 커져 책으로까지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분명 그 당시의 기술로만 생각하면 언제까지고 그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에겐 스마트폰이라는 신기한 물건이 손에 쥐어졌습니다. 이 놀라운 녀석은 그동안 특수 단말에서만 되던 GPS 위치정보를 아주 손쉽게 처리하는 신기한 장점이 있었죠. 그리고 이걸 빠르게 이해한 친구들은 두꺼운 도로지도 책을 가볍게 뭉개버릴 정도의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내비게이션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죠.


좌) 티맵 신호 시범서비스 / 우) C-ITS 개요도 topis.seoul.go.kr


심지어 이 내비게이션 기술은 C-ITS(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s)를 통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앞서가고 있는데 디지털 내비게이션이 나올 때 여러분은 여전히 도로지도를 들고 고민하고 있고, C-ITS 응용 시범 서비스가 나오는 마당에 디지털 내비만을 들고 고민한다면 여러분은 언제 앞에 서서 뛸 수 있을까요?


기업이 UX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건 단순히 누군가의 뒤를 쫓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누군가가 따라 하고 싶을 정도의 선도적인 대안을 직접 도출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에 서서 뛰고 싶으니까요. 그럼 기술 트렌드를 이해하고 우리 대안으로 그 가치를 검토해 볼 수 있는 인재를 과연 기업에서 어떻게 평가할까요? 아마 모셔가지 못해 안달일 겁니다.


사실 위의 C-ITS처럼 제대로 된 기술 트렌드를 깊이 공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긴 합니다. 그렇다고 특정 분야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투자할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요. 그럴 때 제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미디어는 스타트업 투자 관련 뉴스 미디어를 꼽곤 합니다.


이건 제가 즐겨보는 '플래텀'이라는 스타트업 관련 매거진인데요, 바로 링크해놓은 글은 명품 거래 플랫폼인 발란에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일종의 오프라인 쇼룸을 제공하고 구매의 경험은 발란 온라인 서비스에서 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실험 결과와 같은 글입니다.


결과는 오픈 3개월 만에 10억 매출이라네요? 명품으로 10억 채우는 게 어떻게 보면 쉽다면 쉬울 수도 있지만 이건 분명 무의미한 결과는 아닐 겁니다. 단순히 이 결과를 활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냥 온오프믹스(On off mix) 같은 개념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제 가설의 전제는 일단 깁니다만...

'보통 명품 거래의 경우 고가의 제품임에도 온라인에서 무턱대고 사기엔 제품의 입체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그렇다고 오프라인 거래로 가자니 가격에 대한 투명성이나 그리고 콜 포비아(Call Phobia)와 같은 기피현상이 나올 정도로 오프라인 대면에 대한 불안을 가진 세대에서 거래하기엔 부담스러운 채널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와이프 위로차 명품매장 가는데, 샤이한 제겐 점원이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명품 거래는 손쉬운 경험과 평가를 요구하지만 막상 이를 쉽게 해결해주는 오프라인 채널에는 부담을 느낌과 동시에 가격의 투명성에 대한 고객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해 봅니다.

사실 꿈보다 해몽인 격입니다만... 뭐 그럴싸하면 됐습니다.


적어도 저는 위 링크 기사를 통해서는 새로운 비즈 영역에 있어서의 실험과 그 결과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걸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유사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서는 고민의 폭이 달라지기 시작할 겁니다.


어때요? 매거진 하나만 봤을 뿐인데 고민할 수 있는 옵션 하나 더 들게 되었다면 정말 효율적이지 않나요? 그리고 이런 매거진에 어느 신기술을 사용한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았더라 어디서 새로운 비즈 실험으로 지표가 튀어 성과가 좋더라 그런 이야기들은 합리적인 가설을 고민하고 끼워 맞출 수만 있다면 적어도 관련 서비스나 비즈니스 영역에 있어서는 하나의 앞선 기술이 되었든 하나의 앞선 시도라도 머릿속에 쑤셔박을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같은 시간을 투자할 거라면 코딩/개발을 공부하기 보다는 적어도 UX디자이너를 꿈꾸는 여러분은 기술 트렌드를 익히고 고민하는데 시간을 더 썼으면 좋겠어요. 개발은 더 잘하는 개발자들에게 맡기세요. 여러분이 해야할 일은 고민하고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는 일입니다. 고민의 폭을 넓히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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