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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Jan 19. 2023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착각

일은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전체 미국을 경험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인디애나 주립대에서 가르치는 경영학에서는 중국의 '꽌시'가 나오곤 합니다. 이건 비단 중국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겨냥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서 생기는 관계의 중요성을 상징적 의미에서 활용하는 메타포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추상적으로 알고 있는 외국계(특히 미국) 기업에서조차 인간의 관계에서 나오는 파워를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중시하는 편이기도 하죠.


이 연장선상에서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함께 웃고 떠드는 회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도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흔히 말하는 꼰대로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 나름의 순 기능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https://news.incruit.com/news/newsview.asp?newsno=435260


가벼운 예를 들어 보죠. 약간은 까다롭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어떻게든 풀 방법이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담당하고 있는 파트에서 조금 엄살을 떨면 어느 정도 일정 버퍼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여지도 있을 상황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가 조기 완료되도록 최선을 다 할까요?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는 상당수가 'NO'로 수렴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큰 비즈니스의 흐름에서는 PM도 어느 정도의 버퍼는 예상하기에 프로젝트가 조기에 완료되지 않더라도 큰 지장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조기에 달성하더라도 그렇다고 제대로 된 포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할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선택지는 적당히 노력해서 적당한 일정에 맞춘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늘 말씀하셨거든요, '어디 가서 든 잘한다고 나서지 말고 중간만 해라' 그래놓고 정작 당신께선 죽어라 열심히 사셨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 미세한 결과들이 여러 프로젝트에 누적되어 나비효과를 일으킨다고 생각해 봅시다. 한 프로젝트에서 1~2 주일 정도로 조정되었던 일정이 뭉치고 뭉치다 보면 한두 달 단위까지 오차를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자, 일을 하다 보면 친해지긴 어려워도 의가 상하기는 쉬운 법, PM과 서로 사이가 나쁘다고 생각해 봅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사이 나쁜 상대를 내가 배려해 줄 여유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해당 PM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순수한 의도에서 조기 완료하려고 스스로는 노력할까요? 아마 쉽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모여 한두 달 오차를 일으키던 일이 이제 더 불어나 수개월로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이 일정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이미 위에 단서가 있듯 관계의 힘에서 풀리곤 합니다. 이걸 더 드라마틱하게 이해하게 되는 시점이 자기 몫만 다 하면 되는 일개 실무자에서 조직의 허리, 중간관리자 급으로 올라갈 때입니다.


그동안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기만 해도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중간관리자부터는 조직의 기대치는 스스로의 일도 하면서 조직 내 일정 영역 내에서는 리더 역할도 기대하게 되기 시작하죠. 이때부터는 조직/회사의 로드맵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시작하기에 개인의 일정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 비즈니스의 타이밍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내 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일도 관찰하면서 원활한 협업을 위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때 가장 쉽게 협업을 풀어나가는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친분'입니다. 일종의 꽌시죠. 그리고 이걸 때로는 사내 정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간혹 이걸 무능력한 사람들이 모자란 능력을 친분으로 풀어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던데,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명 일부의 그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뛰어난 리더들은 이 정치를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정치만을 하는 게 아니라 정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좋겠네요.


때로는 이런 정치를 무시하고 외로운 늑대로 실력만으로도 올라가는 분들이 있긴 한데, 오히려 그게 더 특이 케이스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일종의 천재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니 스스로가 담당한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하겠죠.


그렇기에 덩어리가 커지는 시점부터는 회사 내에서 타인과 친해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 경계를 허물고 친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은 전통적으로는 항상 술자리/회식이었어요. 그러니 실무자와 관리자가 대하는 회식의 의미가 다를 수밖에요.


최근 여러 기업들에서 애자일을 비롯한 전통적인 워터폴 Water-fall 방식의 업무를 타파하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자, 과연 여러분은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창의적인 토론을 할 수 있나요?

그러니 회식이나 조직 내의 친교의 장에 조금은 관대해져 보세요,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상무님 ... 저도 소맥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적당히 마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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