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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Feb 01. 2023

미래의 철학이 엿보인 CES 2023 LG

저만의 상상일지는 모르지만, 미래가 어떨지 상상이 되었던...?

이건 단순히 신기술이 선보여지는 신제품이 즐비한 공간이기에 적은 제목이 아닙니다.

그런 뻔한 클리셰로 범벅된 글은 이제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리란 걸 잘 알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 제목을 쓴 건, 저 나름의 철학이 있어 보인다고 느껴질 만한 제품이 있어서인데.. 이유는 아래에서 한번 보시겠어요?


LG Signature 2세대

오해는 마세요, 솔직히 저 스스로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의 사정에 맞춰 현실과 타협하고 삼성이나 하이얼 같은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들로 채워 넣은 사람이니까요.


카타르 월드컵 관전 중인 빈 살만

빈 살만도 60인치 티비를 보는데 무슨 대형 티비냐는 유머가 나오는 세상에 확실히 LG 시그니처 라인업은 거북하기 짝이 없는 가격대이긴 해요. 그렇기에 시그니처 라인은 보편적의 삶의 가치일 수는 없고, 적어도 전 엄두를 낼만한 가격은 아닌 건 확실하죠.


뭐 무리하면 한두 개는 살 수야 있을 텐데.. 그렇게까지 필요한가 생각하면? 현재로는 전혀요.

다만 현재의 이야기라면 여기서 마쳐야겠지만 여기서는 약간 미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현재 우리네 삶에 가전은 집안에 들여놓는 제품의 브랜드가 중요하고 연예인이 사용하는 가전을 따라 사곤 하죠. 저도 그렇게 집에 발뮤다 제품 한두 개를 입양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는 결국 가전의 외형, 그리고 브랜드라는 그를 포장한 포장지가 힘을 갖고 내 집안 공간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심리와도 닿아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10년 뒤에도 과연 똑같이 가전 자체가 목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적어도 전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LG 시그니처라는 고가의 브랜드 상품을 들먹이며 역설적인 소리를 늘어놓는 게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잠시 쉬운 이해를 위해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UX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고, 연식이 되다 보니 필연적으로 UI에 대한 긴 시간 동안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어요. 이를 정리한 글이 요건데 시간 나시는 분들은 참고해 보시길..



2011년 국내에 처음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를 기억해 봅시다.

현실에 있을법한 형태(메타포)를 그대로 디지털 서비스의 인터페이스로 녹여낸 스큐어모피즘이 대세였고 혁신이었고, 트렌드였죠.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스큐어모피즘은 제한적인 영역에서만이 영향력을 발휘할 뿐 인터페이스의 대세는 담백하기 그지없는 모던/플랫 스타일이 대세잖아요>


좌부터 초기 iOS 우로 현재의 플랫/모던 스타일의 Android와 iOS

이런 인터페이스의 변화의 원인으로는 상징적 메타포의 기능적 제한성도 한몫을 하지만 저는 적어도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다음의 이유를 꼽기도 합니다.


스큐어모피즘은 인터페이스가 주연이고 담기는 컨텐츠가 조연이라는 점?

하지만 모던/플랫 스타일은 컨텐츠가 주연이고 인터페이스는 조연이죠.

그리고 사용자는 컨텐츠, 즉 가치를 소비하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지, 버튼을 누르는 것만을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니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도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디자인

현재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전제품은 가전 자체가 목적이며 결과입니다. 위는 좀 극단적인 예시이긴 한데 마치 냉장고에 거북한 꽃무늬가 새겨지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색상들로 단장되는 것들을 생각하면 가전 그 자체가 힘을 가지고 뿜어내도록 만들어졌다고 느껴지죠.

하지만 최근 가전제품의 소비도 스큐어모피즘의 몰락처럼 가치소비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더 이상 가전제품 자체가 목적이어야 할까요?


LG 시그니처 1세대 냉장고

노크하면 안이 보이는 냉장고와 오븐처럼 가전제품이 갖는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게 해주는 기능들과 삶의 공간을 그들이 차지하지 않고 슬그머니 조연으로 물러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내어주는 듯이 존재감을 최소화한 미니멀리즘 한 디자인

집안 구석구석에서 요란하게 소리치는 가전들로 가득한 소란 속에서 이제야 나의 가장 소중한 공간에 내 삶의 이야기들을 직접 채워나갈 수 있도록 새하얀 도화지를 받아 든 기분이라 해야 할까요.


물론, 지금의 그 도화지는 매우 비쌉니다. 그렇기에 아직은 탐할 수 없기에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해야 할 듯해요. 하지만 미래의 보편적 삶은 이런 철학을 가진 선구자들이 개척해 온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며 길이 생겨날 것이기에, 더 친근하게(저렴하게) 보급형 제품들까지도 철학이 이어지지 않을까요?


형태는 가치를 따르니까요.


CES에서 발표된 제품이 언제 시판될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직 당분간은 11년 전 처음 신혼 때 장만한 LG 47 인치 티비를 조금 더 볼 생각입니다. 


아침마당에 견자단이 나오더이다...

이따금씩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이 놀라는 티비의 베젤 두께를 애써 외면하면서 조금은 더 현재를 살아볼 생각입니다. 시그니처 너무 비싸니까요.


하지만 앞으로의 삶은, 마치 어떤 커피머신이 내린 커피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커피와는 달리 그저 그 커피 한 모금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때는 사춘기에 접어들 내 딸아이가 ‘아빠 팬티랑 같이 빨래 돌려서 짜증 난다’는 추억 한구석에 강하게 빛나는 세탁기의 모양보다 짜증 내는 딸아이의 목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그나마 제 혼자만의 해석일지 모르겠지만 나름의 철학이 보였던 엘지를 슬그머니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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