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산책 겸 들린 대형서점엔, 주인을 기다리는 수많은 책들이 고이 놓여져 있었다.
정처 없이 발걸음이 닿는 대로 코너마다 기웃거리다,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책을 참 좋아했었지...'
내 어릴 적 기억엔 집에서 조용히 침대에 앉아 독서를 하는 엄마의 모습이 자리잡고 있다.
그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그때의 엄마가 나는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내게 엄마는 아무런 취미도 없는 그냥 '엄마'였다.
그런데 서점 한가운데서, 문득 엄마에게도 독서라는 취미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엄마에게 어울리는 책이 뭘까?'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엄마에게 도움이 될 책이 무엇일까 고민했지만, 쉽사리 책을 고르지 못했다.
내 작은 배려가 자칫 그녀에게 또 다른 부담이나 걱정거리가 될까봐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빈 손으로 서점을 나섰고,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엔 전화를 잘 하지 않는 내 이름을 보고 엄마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나는 다짜고짜 물었다.
"엄마, 내가 책 몇 권 보내주면 읽어볼래?"
한 3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엄마는 결심했다는 듯
"응. 보내주면 한 번 읽어볼게. 대신 오랜만이니까 지루하지 않은 책으로!"
'혹시 거절하면 어쩌지' 했던 불편한 마음이 그 말 한마디에 스르륵 녹았다.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도 내 머릿속엔 온통 어떤 책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 뿐이었다.
그리고 요즘 글을 쓰고 있다고 조심스레 고백을 했다.
"네 오빠보다는 너는 글쓰기 실력이 아주 좋지. 어릴 때부터"
엄마다운 응원과 위로였다.
부끄러우면서도 심장을 간질거리는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어쩐지 빨리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엄마의 인생을 담은 글을 써서 선물해주고 싶다.
그 때, 엄마는 웃음을 지을까? 아니면 눈물을 흘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