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직업 특성상 챗GPT를 사용할 일이 잦았고, 어느 날 무미건조한 하루를 보내다 그 녀석에게 뜬금없이 나의 사주팔자를 물었다.
19XX 년 X월 X일 오전 7시 15분 사주 풀이 해줘
가벼운 시간 때우기 용으로 시작된 이 질문은 순식간에 20개가 넘는 질문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직이 궁금했다. 그 녀석은 올해 하반기 ~ 내년 상반기에 강한 이직운이 있다는 그럴싸한 말을 시작으로, 나의 애정운과 금전운, 그리고 건강운까지 읊어댔다. 명리학을 풀이할 뿐이지만 그럴싸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기대반 설렘반으로 무료한 삶에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고자 내 사주와 어울리는 '취미'를 알려달라고 했다.
뜬금없는 글쓰기가 가장 먼저 튀어나와 나를 반겼다. 생각해 보면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개인 다이어리와 일기를 써오고 있었고, 대학교 1학년부터는 블로그도 시작해 생각보다 꽤 건실하게 관리를 해 왔었다. 그런데 그건 단순히 파워 J기질이 있는 나의 하루 일과를 정리하거나 여행 기록 등을 남기는. 말 그대로 '다이어리'의 개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내게 글쓰기라니?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다.
일단, 나는 독서를 즐겨하지 않았다. 남이 쓴 글에 관심이 없는 자가 어떻게 남을 위한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꾸만 '글쓰기'라는 단어가 하루 종일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아니 사실, 어릴 적 동네 방구차를 쫓아다니던 모양새로 내가 글쓰기를 쫓아다니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브런치스토리 첫 글을 올리고 난 다음 날, 나는 점심시간에 곧장 서점으로 향했다.(평소엔 산책 후 낮잠을 때린다.) 그리곤 서점 인기 코너를 기웃거리며, 책 제목과 표지를 하이에나처럼 탐색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한 순간에 매료시킨 걸까? 출근을 해서 노트북 전원을 켜고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에 로그인을 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10분 정도 글 쓰는 시간을 가졌다. 퇴고라는 멋진 작업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내가 쓴 글을 다시 보기가 부끄러웠다.
유려하거나 화려한 글솜씨도 아니다. 그렇다고 유명한 작가들처럼 문장 속에 채워진 멋진 단어들도 모른다. 내가 말하는 어순이 적절한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만은 꼭 기억하고 가져가려고 한다. 나는 술술 읽힐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글쓰기가 내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는 챗GPT도 모를 것 같다.
나를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 건 꾸준함과 글을 술술 읽히게 쓸 수 있는 마력을 탑재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