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 로랑생 회고전 : 무지개 위의 춤 >
마리 로랑생(1883~1956)이 얼마나 독립적인 성격으로 타고났는지를 알 수 있는 어린 시절의 한 일화가 있다.
학교에서 내준 '양에 대한 조사를 해오라'는 숙제에 "양은 육식 동물이다"라고 써냈다.
그 이유는, 아빠가 "양은 채식 동물"이라고 말해주셨는데 그건 아빠의 의견일 뿐
내 의견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성격은 반항적이면서도 자존감이 높았다.
그 시대의 여성들은 대부분 남성들의 뮤즈로만 인식되었는데,
마리 로랑생은 파리의 유명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연인이었지만
20세기 파리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심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각인된 선구적 여성 화가로 성장했다.
특히 초상화는 모델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자신만의 느낌으로 분위기를 창조했다.
샤넬이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한 뒤 자신을 전혀 닮지 않게 그렸다고 그림을 거부했다는 일화가 유명해 몹시 궁금했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 샤넬의 초상화는 없었지만 대신 도슨트가 사진을 보여줬는데 정말 하나도 닮지 않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피카소의 연인의 초상화이다.
찢어진 눈매와 심술궂어 보이는 표정이 동양적인 요소와 원시 아프리카, 큐비즘 등을 혼합한 실험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자화상은 아주 많이 닮게 그렸기에 내 눈에는 왠지 짓궂은 장난이거나 그녀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술 아카데미 학창 시절 알게 된 '조르즈 브라크'의 소개로 '피카소'를 알게 되었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야수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의 화풍을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을 이용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피카소의 소개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사귀었는데 모나리자 그림의 도난 사건이 계기가 된 해프닝으로 두 사람이 헤어진 뒤,
기욤은 마리와 함께 거닐었던 파리의 미라보 다리 위에서 '미라보 다리'라는 제목의 유명한 시를 썼다고 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스페인으로 망명했던 시절에는 파리에서 활동했던 그녀의 존재 자체가 잊힌 듯해, 작품 속 여인들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고 눈밑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당시의 우울함과 절망감을
표현했다.
가혹한 운명 속에서도 자신만의 탐미적인 화풍을 놓지 않았던 그녀는 그 후
무대 미술과 패션에까지 확장되어 발레 공연의 무대 의상과 당시 여성들의 패션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원제목 : 동백꽃을 들고 있는 부인)]에 마리 로랑생의 수채화 삽화가 12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훗날 베르디의 가극 [라 트라비아타]로 공연되어 더욱 유명해졌는데
1,500부 한정판으로 발매된 책 중 제 657번째 작품을 마이 아트 뮤지엄 관장이 200만원을 들여 개인적으로 구입했다고 한다.
이번 마리 로랑생 회고전은 도쿄에 있는 [마리 로랑생 뮤지엄]과 [마이 아트 뮤지엄]이 협업한 기획 전시로,
왜 프랑스에도 없는 파리의 화가 작품이 일본에 단독 뮤지엄을 갖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리 로랑생 뮤지엄 관장의 부모님이 1970년 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마리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녀의 작품을 수집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마리 로랑생 뮤지엄을 설립했고
현재 소장 작품은 무려 600여 점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100여 점이 지금 마이 아트 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다.
그녀의 대표 작품들을 보면
파스텔 톤의 핑크와 블루, 회색을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였고 주로 여성들을 많이 그렸다.
몽실몽실 흰 구름처럼 피어오르는가 하면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향기가 날 것 같은 일본 순정 만화를 보는 듯해 과연 일본인들이 열광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 그녀의 묘지를 형상화한 작품이 놓여있다.
그녀의 유언에 따라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붉은 장미 한 송이를 품은 채 파리의 페르 라세즈 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그녀의 심장 위에는 평생 간직해 온 옛 연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편지들이 함께 놓였다.
#전시명 : 마리 로랑생 회고전 : 무지개 위의 춤
#전시장 위치 : [마이 아트 뮤지엄] 2호선 삼성역 4번 출구에서 3분거리 (250m)에 있는 섬유센터 지하1층
#전시기간 : 2026.04.10.(금) ~ 2026.08.23.(일)
#도슨트투어 : 평일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 (주말 및 공휴일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