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기 같은 내 친구

< 미오기傳 을 읽고 단박에 생각난 내 친구 이야기 >

by 밀밭여우


어떤 사람이 어른일까.

무언가를 평가하거나 따지는 것은 다섯 살짜리도 한다.

그러니 어른이란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 아닐까.

집채보다 큰 삶의 파도가 덮쳐 올 때도 원망 대신,

“그래, 그럴 수 있지. 살다 보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

라고 받아들이며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

< 미오기傳 책표지 뒷면에서 >



[미오기傳]의 저자 김미옥 작가가 바로 그런 사람,

‘일이 되게 하는‘ 어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

중 1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어떤 계기로 친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어린 나이에 혼자 자취를 했던 친구다.

서대문구 영천동 산동네로 이사하던 날, 나는 그 친구를 도와 리어카에 보잘 것 없는 살림살이를 싣고

숨이 턱에 차도록 올라갔다.


연탄불에 양은 냄비를 올리고 라면 다섯 봉지를 한 번에 끓여 둘이 먹다 지쳐서 그대로 퍼질러 잤다.

한 숨 자고 일어난 뒤, 불어 터진 라면이 아까워 그걸로 저녁을 때웠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각기 다른 고등학교로 가면서 연락이 끊겼다가

성인이 되어 어찌어찌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낮에는 어느 항공사의 승무원 휴게 공간에서 잡일을 도와주는 일로

생활비를 벌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 친구는 한 승무원의 스카프에 커피를 엎지르는 실수를 했는데

얼룩이 지워지지 않아 똑같은 걸 사주려고 보니

자신의 1년치 월급과 맞먹는 금액에 너무 놀라 주저 앉았다.

다행히도 승무원이 너그러이 용서해줘 사건(?)은 무마되었지만 그때 친구는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미오기傳의 주인공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 싸우고 지지며 볶을 가족이라도 있지만

그 친구는 그런 애증의 가족조차 없었다.


혈혈단신으로 살았던 친구가

남편이라고 만났던 사내는 마누라가 악착같이 벌어 놓은 가산을 탕진하고 몰래 도망을 쳤고,

젊은 나이에 아들 하나 딸린 청상과부가 됐다.


친구는 혼자 아들을 키우며 또 결심했단다.

이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 자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는 저승사자의 목을 비틀어서라도

다시 돌아와 이 아이를 지키겠다고!!

그만큼 가족이란 울타리가 절실했던 친구다.


결심만으로 뜻을 이룰 수 없는 게 삶이라는 걸 우린 다 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걸 해냈다.


코스핀지 코스닥인지 주식 상장까지 한 회사의 대주주가 되어 고액 자산가가 된 것이다.

이제는 은퇴해서 스포츠댄스에 취미를 붙이고 신나게 춤을 추며 논다.

대학 졸업반이 된 아들은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엄친아로 불릴 만큼 착하다.

참으로 감사하다.


스스로 ‘일이 되게 하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기에 그 친구를 존경한다.


나는 미오기傳을 읽으며 줄곧 그 친구 생각이 나서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 책을 선물로 보냈다.


"얘, 친구야~ 너랑 맞짱 뜰만한 사람이 이 안에 있다.

읽고 너도 자서전을 함 써보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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