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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민 Jul 19. 2017

[헐렁헐렁한 영어공부] 왼쪽, 오른쪽

쓸데없이 딴지 걸기

나는 괜히 어떤 단어를 갖고 '이 단어는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까'라는 질문에 고민해볼 때가 많다.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그래도 그냥 외우는 것보다는 이래저래 사연을 갖다 붙이면 재미도 있고 머리에도 잘 남기 때문이다. 이번 글도 가만 생각해보다 영어와 우리말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찾아서 쓰게 되었다.


영어에서 오른쪽, 왼쪽을 나타내는 단어로 right와 left가 있다.


어느 날 left라는 단어가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왜냐하면 '떠나다, 남기다'라는 뜻을 가진 'leave'라는 단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leave는 '떠나다'와 '~을 남기다'라는 뜻이 있다. 떠난 다는 것은 뭔가를 남겨두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하물며 장소라도) 엄밀히 따지자면 '~을 남겨두고 떠나다'가 맞을 듯하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부터다. leave의 과거 분사가 'left'라는 것이다.


left가 과거 분사로 해석될 때는 '남겨진, 남은'이라는 뜻이다.

그럼 이제 right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오른쪽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right를 언제 또 쓸까? 그렇다. '맞아.'라고 할 때 쓴다. '니 말이 옳아'라고 말할 때 우리는 "Right"이라고 한다. right는 바른 이라는 뜻이 있다. 바른 또는 옳은.

right는 '옳은, 맞는, 바른'이라는 뜻이다.

그럼, right와 left는 이런 뜻이 아닐까?!

right는 말 그대로 '옳은 쪽'
left는 옳은 쪽 말고 '남은 쪽'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우리말도 그렇다. '오른쪽'은 '옳은 쪽'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옳은 쪽이 있으면 나머지는 틀린 쪽이다. 그럼 왼쪽은 틀린 쪽이 된다. 그럼 우리가 흔히 '오답'이라고 할 때 많이 쓰는 틀릴 오(誤) 자를 써서 틀린 쪽, '오'인 쪽에서 오인 쪽, 왼쪽 이렇게 변해온 것은 아닐까?

옳은 쪽 -> 오른쪽
오(誤)인 쪽 -> 왼쪽

동서양을 막론하고 왼손잡이들은 참 많이 구박당했다. 왜냐면 그때는 '틀린 손'이었으니까. 옳은 쪽이 아닌 '다른 쪽 손'이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씨도 안 먹히는 생각이지만, 이 단어들에는 이러한 사연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우리는 여전히 시대의 사고와 맞지 않은 단어와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지만 여전히 '태양이 뜬다, 진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왼쪽과 오른쪽, left와 right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무엇보다 우리말과 영어에 같은 생각이 담겨있는 것 같아 신기하다. 영어를 쓰는 그쪽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도 왼쪽과 오른쪽을 똑같은 의미에서 생각한 것이 아닌가?! 다른 나라말도 이런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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