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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하우스군 Jan 31. 2016

7. 사람은 어디에든 적응한다

적응하는 것은 기쁜 것일까 아닐까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그렇게 지옥 같고 힘들었던 곳이 살만하네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느덧 꽤나 적응한 자신을 보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엊그제까지 그렇게 죽겠다고 못하겠다고 하던 저를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보통 그 결말은 쓴웃음입니다. 그리고 점점 적응해간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우습고 이상하면서 적응하는 자신이 싫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결국 이 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정이 쌓여가면서 하루하루 적응해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적응한다는 것이 덜 힘들다거나 현실이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노예 같은 삶에 적응한 것일 뿐입니다. 업무적으로 저의 계급과 할 일에 대해 저도 모르게 순응하는  것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저를 계속 다그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개선하고 더 사람다운 삶, 자유로운 삶을 갖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자고 매일 밤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미래에 내 가족에게 어떤 남편이,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내가 원하던 삶이 이런 것이었는지, 나는 어디까지 현실과 타협할 것인지와 같은 것을 다시금 되묻고 다시 스스로에게 답을 합니다. 사실 답은 매일 변하고 고민은 끝이 없긴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저를 계속 부적응자로 두면서 목표를 잃지 않기 위해 제 자신에게 계속 되물어보려고 합니다.


전 노예가 아닙니다. 인간으로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고 법적인 권한 내에서 일을 하고 나서 제 삶을 누릴 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난이니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하는 변명으로 회사라는 조직의 노예로 지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회사에서 진짜 '일'을 하고 있을 누군가가 정한 방침대로 명령을 내리면 그때그때 군말 없이 받는 일을 생각 없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기도 전에 방침이 바뀌거나 다른 일을 시키면 끝까지 해보지도 못하고 다른 일을 처리하는 그런 인생을 살다가 이유도 모르게 잘려서 길바닥에 나안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것이야 말로 아무 생각이 없어도 되는 노예처럼 쓰이다 버려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미래에 저의 자녀가

"아빠는 하는 일이 뭐야?"

하고 물어본다면 적어도 자랑스럽고 확실하게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제가 즐겁고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욱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헬조선이라고 저희 스스로에게 조롱받는(조롱이라 하기엔 실제로 빡빡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저는 참 힘든 꿈을 꾸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 어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도전하고 투쟁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정한 이 곳에서 적응하지 않는 방법이고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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