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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하우스군 Feb 18. 2016

9. 비합리적인 사람이 어른인가

비합리적인 것을 배우러 다니는 회사인가

설 연휴에 출근하면서 어김없이 이 일이 합리적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정해진 일정을 늦춰가면서까지 높은 분의 명령으로 갑자기 시작된 일이었고, 그것 때문에 설 연휴를 비롯하여 주말까지 수 많은 사람이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과 검토 없이 이뤄지는 일이 과연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듭니다. 또 이런 과정에서 지금 제가 있는 부서만이 아니라 엮여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저녁과 주말을 빼앗는 상황이 참 슬프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협조가 이뤄지지도 않고 부탁하는 저도 미안하게 됩니다.


심지어 막상 출근하면 지금 제 위치에서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을 마주합니다. 한 2시간을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상자에 테이프나 감고 다시 서서 졸면서 있다가 물건이나 나르고 있다가 퇴근합니다.


매번 이런 일을 하며 주말과 저녁을 탕진하는 저는 이런 게 사회이고, 이런 일에 대해 참고 사는 것이 어른이 되는 길인가 싶습니다. 


다들 이러고 산다는 이야기로  합리화되면서, 저는 이런 것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게 합리적인 업무인지 하는 의문과 더 개선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은 아직 네가 사회를 잘 몰라서 그렇다는 답으로 튕겨져 나갑니다. 어른들은 저에게 비합리적인 것을 합리적이라고 주입하면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회사가 수익을 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런 비합리적인 것을 유지하고 개인의 자유나 업무로 인한 만족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어른이 돼야 하는지 그렇게 변해가는 건 아닐지 두렵고 무섭습니다. 어느 곳이나 이렇게 납득할 수 없이 일한다면 저는 점점 그냥 생각 없이 시킨 것만 하고 마는 기계 같이 변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니 일이라고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하면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어른들과 저는 단지 다르기만 한 것인지 누가 잘못된 것인지요. 오늘도 출근하며 어른이 되어야 할지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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