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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하우스군 Feb 22. 2016

10. 사람을 잃는다는 것

나는 살아남고, 동료들은 점점 사라지고

동기들이 하나씩 회사를 나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는 노예같이 힘든 삶을 벗어나기 위해,

라고 이야기하고 떠나가고 있습니다.


극심한 취업난은 물론이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 시기에 이 만한 월급 주는 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동기들이 많이들 회사를 떠납니다. 물론 저와 가까운 동기들도 하나 둘 떠나가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엊그제까지 컴퓨터와 사람이 있던 자리에는 먼지만이 가득합니다. 선배들 또한 다른 부서로, 다른 회사로 떠나갑니다. 점심시간, 중간에 잠깐 차 한잔 하면서 모든 사람들은 부럽다, 나도 빨리 그만둬야겠다, 너도 빨리 그만둬라 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무엇이 이 회사를 이렇게 떠나지 못해서 안달 나는 곳으로 만들었을까요?  사무실에서 우두커니 빈자리를 보면서 저 또한 고민하게 되고 회사에서 가벼운 농담이라도 나누며 힘든 시기를 보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는 것에 허전함을 느낍니다.


특히 이 곳에서 같이 있었기에 많이 의지했고, 덕분에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게 해줄 수 있었던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같이 나가서 각자 북돋아 주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고 으쌰 으쌰 했었는데, 남기로 결정한 저만 현실에 타협하게 되는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동기들이 없으면 이제 저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퇴사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결정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취업난에 기성세대는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을 결정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대학생활 동안 고생 고생해서 얻은 직장인이란 자리를 내려놓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청춘에게 어른들은 너무나 쉽게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로만 응수합니다. 네가 더 힘든걸 못해봐서 그렇다. 더 힘든 곳에 가서  일해볼래?라고 말이죠. 물론 저보다 더 힘들게 근무하시는 분들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흔들리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 이 십몇 년 간의 삶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는 결정이자 어떻게 보면 학생으로서 삶을 마감하면서 내린 자신의 첫 결정이 실패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청춘의 마음은 그렇게 편하지 않습니다. 대충 생각해보고 단지 힘들어서 내리는 결정은 아닙니다. 물론 도망치는 게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저 또한 퇴사를 고민했고 퇴사를 결정도 했었고 면담까지 진행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저 스스로 생각해봐도 도망친다는 것에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행복하기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혁명이나 민주화운동만큼 위대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이 해야 할 당연한 투쟁을 치기 어린 행동으로 폄하하거나 묻어버림으로써 우리 세대를 이해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이고 이 사회를 발전 없는 곳으로만 두려는 어른들에게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아무리 솔직하게 말하면서 대화를 해보려고 해도 답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관점의 차이들이 저의 동료들을 이 곳에서 떠나가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저도 이런 현실에 많이 적응하고 어른들처럼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남아있는 것은 참 달콤합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것이 꼭 옳은 것인지, 살아남는 것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도 어른들처럼 생각이 없어지고 자발적으로 의식 없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동기들이 없는 회사에서의 저는 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점 더 생각 없이, 그냥 시킨 것만 꼬박꼬박 하면서 욕먹지 않을 정도로 살아가는데 만족하게 되겠지요.


저는 함께 떠나지 못하지만 떠나는 동기들이 이 곳에 남아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하는 일마다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저는 잠시나마 이 곳에 더 남게 되겠지만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얻는 데 도전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작게나마라도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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