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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하우스군 Mar 03. 2016

11. 청춘 FC를 보면서

행복의 기준이 성공일까?

저는 '청춘 FC'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봤습니다.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고요. 그런 프로그램이 설을 맞아서 뒷이야기를 방송한다고 해서 어김없이 또 챙겨보았습니다.


성공의 기준이 어떠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하늘 선수 말고는 아무도 프로팀에 가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멤버들의 경우 계속 테스트를 보러 다니거나, 유소년 지도자의 꿈을 키우거나 원래 본인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그런 모습을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무릎이 아파 투비즈 입단 문턱까지 갔다가 실패한 최희영 선수, 가장 프로팀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지만 부상으로 시기를 놓친 오성진 선수, 청춘 FC 팀을 기다리다가 프로팀 제안을 놓쳤다는 염호덕 선수 등.. 화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왜 이리도 운도 없는 걸까... 저 들이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 이렇게 열심인데 자꾸 아쉬운 일이 일어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일이 아닌데도 참 아쉽고 마음이 먹먹하더라고요. 회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지난가을 무렵, 매주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 주 한 주 버텼습니다. 누군가는 저렇게 노력하는데, 나도 여기서 내 꿈을 이룰 도전에 전념해야지 왜 도망갈 생각부터 하는지 자신에게 되물어보면서요. 그렇게 제 힘든 시기에 큰 도움이 된 사람들이기에, 저는 그들이 모두 성공했으면 싶었습니다.


다들 프로 계약을 하고, 떳떳하게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는 그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다른 결론에 실망도 하게 되고, 저도 덩달아 회사를 나가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설 특집 방송을 보면서 청춘 FC를 했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프로팀에 못 들어가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그들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꼬박꼬박 돈 버는 거 좋습니다. 안정적이고 어른들이 저를 보는 시선, 제가 밖에서 무언가를 할 때의 태도 다 달라집니다. 그로 인해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그냥 대충대충 눈치 보면서 하게 되고 뭘 배우는 지도 모르고 억지로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텨갑니다. 우리 모두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모르거나 알아도 그 일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겠죠?


저는 무슨 일을 좋아할까요? 어느 순간 그것도 잃어버린 채 우선 집에만 일찍 갔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지금도 이 생각을 버릴 수 없지만, 이게 이상적인 생각은 아니란 것도 압니다. 어쩌다가 저는 이제 직무는 뭐든 상관없고 집에만 일찍 가고 싶은 사람이 되었을까요?


오늘도 자비로 훈련하고 어딘가에서 도전하고 있을 청춘 FC 선수들을 생각하며 고민해봅니다.


청춘 FC 선수 분들 모두 원하는 바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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