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간의 눈치보기
그만둔다는 것이 동네방네 소문나고 소위 '관심병사'가 되면 그동안 절 끊임없이 찾던 이름이 거의 없어집니다.
소문이 나고 나면 '엄청 힘들었나 보구나, 그동안의 일들이 곪아 터질 때까지 뭐했어?' 등등의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선배들은 1명씩 저를 따로 불러내어 커피를 사주며 얘기를 합니다. 대놓고 얘기는 하지 못해도 말에 소질이 없는 선배는 '네가 나가면 내가 고생이다. 그러니까 나가지마 라.'라고 하는 선배도 있고 도전이 멋있다며 나가라는 선배도 그래도 다른 길이 많다고 하는 선배 등 다양한 스타일로 면담(?)은 진행됩니다.
되려 퇴사를 결정하고 소문을 낸 순간, 선배 및 회사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마음을 다 버리고 포기하고 나니 이제야 회사 일이 손에 잡히고 회사 가는 길이 덜 힘들었습니다. 물론, 관심병사가 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양의 범위 안으로 일이 들어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는 마치 처음 부서 배치를 받았을 때처럼 돌아간 듯한 생활을 보냈습니다. 아무도 일을 주지 않아서 혼자 멍하니 앉아있다가 퇴근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며칠 가지 않아서 바쁜 부서 사정상 다시 일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야근은 다시 시작되었고, 저를 일부러 피하는 것인지 아닌지 부서장 면담은 지연되었습니다.
부서장님은 그렇다면 다른 부서로 가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했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말도 들리면서 아무 진척도 없이 몇 주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누가 이리 길고도 수많은 면담이 의무인 퇴사 과정을 만들었는지 참 그만두는 마지막 날까지 힘든 회사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 넓고 광활한 곳에서 저에게 행복한 것을 주는 것을 찾기는 왜 이리 힘든지.
행복이란 것이 참 이토록 어렵구나 하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