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표를 향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곳은 중국법인의 화장실이었습니다. 회사가 힘들고 내 기준에서는 이상하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힘들었고 말한다 한들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였습니다. 더더구나 중국 출장에 끌려온 저는 더 외롭고 어디 누구에게도 이런 얘기들을 털어놓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럴 때 익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누가 보든 말든의 여부와 상관없이 글만 올리는 것으로 많은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글을 쓰는 것이 제 하나뿐인 낙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쓴 글이 세 개가 되었을 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작가 신청을 해보았습니다.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처음에는 거절당했습니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괜히 오기가 생긴 저는 글을 하나 더 쓰고 기어코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게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저만 혼자 나무 숲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외치는 곳으로 생각하고 글을 썼고, 부족한 글이라 아무도 읽어주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4만 명이 넘는 분들이 글을 읽어주시고 100명이 넘는 분들이 구독하고 댓글도 달아주셨습니다. 좋은 말씀에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우울증에 걸릴 것 같던 하루하루 잘 버티고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고, 글을 조금 더 잘 쓰게 된 후 시작해야겠다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브런치에 '연재'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했는데 일단 무모하게 시작한 것이 의외로 술술 풀려서 제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울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오고 나서 뭐든지 안되고 이제 운 같은 것은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이 공간에서 많은 힘을 얻고 제 자신을 지켜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도전하고 부딪혀 볼 용기와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물론 저는 처음의 패기 혹은 계획과 달리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고 바깥세상은 무섭다는 핑계로 자리보전에 애쓰는 못난 어른이 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 많은 행복을 희생해야 하는 것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입니다. 그중 하나였던 '글쓴이'의 삶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브런치라는 공간과 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여기서 얻은 용기를 토대로 제 인생을 살겠습니다.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은 모두 도전해보며 회사라는 공간에 저를 가두지 않겠습니다.
다음에는 더 상큼하고 많은 분들이 웃으면서 읽으실 수 있는 주제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항상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 힘을 주고 삶의 빛을 내려주신 구독자 분들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