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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하우스군 Dec 28. 2015

2. 사회 부적응자가 된다는 것

사회에 적응하는 것인가, 참고 사는 것인가

2월 15일,

같은 부서에 배치받은 동기가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날이다.

다른 동기형과 나는 3월 15일을 퇴사 날로 정했다.

물론, 형과 나는 하루에도 고민을 밥먹듯이 하고 계속 혼란의 하루하루를 보낸다.

처음 부서에는 나를 포함해서 신입사원 3명이 같은 부서로 배치받았다.

부서에 3명이나 있다 보니 같이 회사 생활에 대해 얘기도 많이 하고 힘들 때 의지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았다. 3명이 뭉쳐서 우울한 얘기만 하고 서로 위로가 되니까 선배들 말 듣지도 않고 매일 일 안 하려고만 하고 하는 모자란 3명으로 낙인이 찍혔다. 물론 3명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선배들의 그런 생각도 인정한다. 그래도 3명이 모두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이 상황은 오직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내의 상담센터를 이용해도, 상담사는 나에게 동기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떨어져 지내라고 조언한다. 동기들과 함께 인사과에서 가서 못하겠다고 해도 얼마 전에 새로운 임원의 고과에 영향이나 갈까 봐 퇴사를 말릴 뿐, 우리가 왜 힘든지 왜 나가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는 '요즘 애들은 역시 힘든 걸 참지 못해', '네가 새벽 2시, 3시에 매일 퇴근하는 부서를 가면 지금 부서가 좋다고 생각할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다른 동기들은 어떤 연유가  마음속에 퇴사라는 싹을 틔운 계기가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업무지원차 출장을 간 생산라인에서 팔이 철판에 찢겨서 10 바늘 정도를 꿰매었다. 밤 9시 30분 정도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공장을 나가서 응급실에서 급하게 팔을 꿰매었다. 공장을 나갈 때도 자신들에게 징계가 갈까 두려운 사람들은 나에게 상처를 숨기고 나갈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건 뭐 그렇다 치자. 이해했다. 하지만 더 이상 '노가다'일을 할 수 없던 나에게 우리 부서는 아침 8시 버스를 타고 올라와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라고 지시했다. 다른 분들이 만류해서 반나절이나마 쉴 수 있었지만, 결국 난 올라가서 업무를 봤다. 

물론, 올라가서도 막내 사원이므로 '노가다'를 했다. 새벽 1시 30분 까지. 그렇게 노가다를 하다 땀이 찬 내 상처는 염증이 생겼고, 나는 걱정된 마음으로 매일 소독을 하러 점심시간을 쪼개서 병원에 갔다. 그리고 실밥을 풀자마자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 

문제는 회사에서 아무리 이런 걸로 억울해봐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당연한 것이었다. 산재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어떤 사람은 지금 여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불편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이게 당연한 것일까? 우리 부서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너무 일이 많아서 내 팔이 어떻든 신경 쓸 여력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에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불만을 토로해도 나만 아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서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 나도 저런 여유가 없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고 자기들만의 세상에 갇혀서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다른 것들을 좀 잃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사실 아직도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 내가 나가서 잘할 수 있을까,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닐까 무섭고 두렵다. 어디를 가나 똑같을 지도 모른다. 엄청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 고민해서 스스로의 답을 내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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