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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하우스군 Jan 03. 2016

4. 나의 마실 자유는 어디 있는가

일이 없으면 술로 뺏기는 자유

신입사원 연수 중엔

'1차를 넘어가게 술을 마시는 부서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이런 종류의 내용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안 지켜질 꺼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회사 안의 기존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일하는 시스템이 그대로이거나 더 힘들어진다면, 그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변할 수가 없다. 회식을 줄이거나 오래 끌고 가고 싶지 않다면 그 사람들에게  그만큼 다른 취미를 찾을 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애당초 회사가 일을 줄여줄 생각도 크게 없다는 게 회사도 사람도 잘 변할 수가 없는 현실을 만들고 있는 것이리라.


또한 금요일에 회식을 잡고,

"너희는 왜 금요일 회식을 싫어하지?"

하는 사람에게 내가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애당초 이 사람은 모른다. 모르는 거를 알아주기를 기대한 사람이 바보였던 것이다. 회사에 있던 사람들은 나름 자신들의 회사생활이 시작할 때부터 진리처럼 배워왔던 대로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사실 그렇다고 이해해주려고 애쓰고 있다.)


문제는 이 방법이 내 가치관과 매우 다른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회사를 입사하기 전에는 그런 회사 아니라고 주야장천 떠들어놓고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 두 가지이다.


부서에 와서 첫 과제를 할 때, 지방공장 출장 중이었을 때 이야기다. 매일 새벽 2시, 3시에 숙소에 들어가곤 할  때였는데, 술을 좋아하는 윗분이 술자리를 제안(사실 제안이라고 할 수 없다.)했다. 참치를 먹자길래, 너무 피곤하고 당장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그래, 비싼 거 사주신다는 데 가서 잘 먹고 오자.'

하는 마음으로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술자리를 가지고 거의 4시, 5시가 다 된 시간에 들어와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사내 메일로 어제 먹은 참치에 대한 각자의 더치페이 분이 기록된 메일을 받았다. 그 날 이후로도 그런 술자리는 비일비재했다. 나는 왜 먹고 싶지 않은 술자리에 참석하고 매번 돈을 내며, 내 시간까지 투자해야 하는 것인가.

점점  마음속에는 그런 생각이 커져 갔다.


술자리에 참석해서 술을 실컷 마셨을 때만,

'어~ 고생했고~ 내일은 좀 천천히 출근해도 돼~ 쉬었다가 나와~'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우스웠다.

평상시에는 고생하지 않는가. 하루 종일 일하는 그 수 많은 날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날보다 덜 고생한 날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상황은 출장지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보고 듣는 눈이 줄어든 해외의 경우는 더했다. 나 같은 비흡연자 같은 경우에는 흡연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회식하는 식당 내에서 간접흡연을 해야 했고, 집이 아니라 다 숙소에서  묶는다는 이유로 더 자유가 없는 스케줄로 회식에 끌려다녔다.


한국에서도 2차, 3차는 항상 있었고 빠지기 쉽지도 않았지만 가끔은 그래도 도망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도망을 치게 되면 욕을 먹고 말지만 해외 출장지에서는 한 몸 같이 모든 자리를 따라다녀야 했다.  일부러 토라도 해버리고 못 버티는  척할까도 생각했었다. 출장비를 받아서 다시 술 먹는 데에 고스란히 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어서 집에 가서 가족이나 내 소중한 사람에게 오늘 하루 어땠냐고 안부 한번 물어보고 싶은 날에도 나는 술을 마셔야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회사나 회식문화에 대한 문제가 존재할 것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곳도 이 곳에 적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자리를 피할 순 없어도 적어도 먹고 싶은 양을 먹고 적당한 시간 내에 파하는 회식을 참석하고 싶다. 내 체력과 건강이 상하는 이런 느낌을 받으면서 앞으로 몇 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이 깜깜해지고  하루빨리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회사 다니면서 그런 자유를 어떻게 얻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심지어 나 자신은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도 강요로 술을 먹는 술 많이 먹기 대회 같은 술자리가 아닌, 서로 안부도 묻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밥 한 끼 하는 회식에 가고 싶다. 회식을 하면 회사에 있던 정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이게 무슨 회식이란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일도 술 못 마시는 이미지로 술 안 좋아하는 티 팍팍 내면서 하루를 보내야겠다. 회사에선 평생 술 못 먹고 안 좋아하는 이미지로 살아야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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