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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하우스군 Jan 17. 2016

5. 규칙적인 삶을 좋아한다면

반복되는 삶의 중요성

알 수 없는 퇴근 시간, 나는 주말에 출근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매번 가슴을 졸인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시간에 아침을 먹고, 같은 자리에 도착한다.

과일을 몇 개 집어먹으면서 컴퓨터를 켜고, 정수기에서 받아온 하얀 내 컵으로 물을 마신다.


하지만 업무와 퇴근 시간은 불규칙적일 뿐이다. 언제 집에 갈지 모르는 상태로, 전에 해봤던 일과 항상 같은 사내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일이 규칙적이라거나 계획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회사를 다녀보니 언제부터 언제까지 바쁜 것을 안다는 것과, 매일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 날의 일을 한다는 것은 참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언제 어떻게 바빠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가득한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란 참 끔찍하다. 갑자기 오는 카톡, 컴퓨터 창 아래에 반짝거리는 사내 메신저, 울리는 전화 같은 것들이 다 불안하고 무서워진다.


갑자기 외국에 나가게 될지도 모르고, 너무나도 변수와 불안한 일이 많다. TF는 또 왜 그리 많은지 우리 부서원이 누구였는지 기억도 못하게 끊임없이 누군가는 어디로 컴퓨터를 들고 옮겨간다.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온 후 내가 나를 돌이켜 봤을 때 나는 특히나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주말의 하루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책을 보고 기타도 좀 치고 하고 싶은 일을 제외하고서라도 지루하고 반복적이어도 좋으니 내가 어떤 일을 맡아서 처리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나는 그때 그때 생겨나는 다급하고  정신없는 일들을 치우는 사람이다. 사내 사이트의 담당업무 칸에 그렇게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자재를 급하게 옮겨야 할 때는 하루 종일 짐 나르는 사람이고,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는 사람이고, 업체를 쪼아야 할 때는 쉴 새 없이 전화를 하는 사람이 된다.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다.'라는 말은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는 것 같다. 해외출장을 가는 등 매번 도전하고 새로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해년마다 새로운 신제품이 나온다. 분명 좋은 점이다. 특히나 도전정신을 가진 젊은이가 하기에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냥 항상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퇴근하고는 가족과 소소한 시간을 보내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면서 회사를 다니고 싶다.


매주 일요일 밤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화요일, 목요일엔 운동을 하고

토요일엔 맛집에 가서 밥을 한 끼 하고

친구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술 한잔 하자고 하면, 어머니가 몇 시에 일 끝나니? 하고 물어보면 고민도 안 하고 대답할 수 있는 그런 규칙적인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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