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궁금했던 이야기
군생활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군용 무기나 장비 도입가격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나치게 비싸네? 일반 무전기는 100만원이면 사는데 왜 군용 무전기는 1기에 천만원이 훌쩍 넘는걸까... 세금이 없기 때문에 더 싸야 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군복무시 그 이유를 시원하게 설명해준 장교나 부사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 당시 개인적으로 방산비리가 심각하구나 ....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군용 장비가 턱없이 비싼 이유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첫번째. 고신뢰 장비 개발을 위해 수 없이 시험되는 등 투입된 개발비에 비해 생산된 량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당 획득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두번째. 부품 수급 가격에 따른 비용 상승 부분입니다. 혹시 오디오 등을 DIY 하시다 보면 '밀스펙'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실 겁니다. "Military Specs"(군 규격)이란 전자제품은 습기, 먼지, 충격 등이 치명적이죠. 핸드폰을 떨어 뜨리면 액정 망가지고 기판도 고장 날 수도 있지만 군용 물품은 일단 그 충격과 악천후에서도 정상 동작을 해야 합니다.
자주포의 경우 전자 장비로 가득차 있는데 가령 탄도 계산 하는 컴퓨터가 일반 PC처럼 다리로 뻥 차는 순간 멈춰 버린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수없는 충격에 노출되어도 고장나는 일이 없이 반드시 정상 작동을 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장비에 탑재되는 소형 레이더 장비는 물속에 24시간 담궈두는등 철저한 품질 시험을 거칩니다. 완벽한 방수 능력을 가진다는 겁니다. 비가 온다고 전쟁을 하지 않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오는 날에도 전투가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군은 우천시엔 만약을 대비해 장비기동을 하지 않습니다.
또 반대로 사막이나 뜨거운 여름일 경우에도 급작스런 가동과 고기동에도 정확하게 작동해야된다는 것입니다. 외부가 직사광선을 받아 표면에서 계란이 익을 정도라도 내부 전자 장비들은 아무런 조치 없이도 정상 기동을 해야됩니다.
하드 디스크 뒷면에 보면 큼지막한 칲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이것이 DSP(Digital Signal Processor)인데 일종의 CPU와 메인 보드를 합친 소형 보드라 보시면 됩니다. 군용으로도 사용되는데 소형 유도무기의 프로세서로 사용됩니다. 일반용은 상온에서 구동하지만 군용은 그보다 더 고온에서도 오류가 없이 정상 구동을 해야 하니 당연히 디자인이 다릅니다. 이럴경우 발열과 고온에서도 정상구동을 위해 제조 공법과 재료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럴경우 가격이 최소 2-3배 뛰어 버립니다.
또한 통신 장비 혹은 각종 장비의 전원이나 신호를 전달하는 케이블의 경우 연결잭 부분이 커다란 금속 뭉치로 감싸져 있느것을 보셨을 텐데 그냥 USB나 다른 잭으로 연결 하지 왜 귀찮게 그런 방식을 채택한걸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전시에 포격이 시작되면 그 충격으로 케이블이 뽑힐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금속 잭으로 연결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은도금 된 선을 사용합니다.
그렇듯 모든 군용 장비는 갖은 악조건 자체에서도 정상 작동 해야 합니다. 저항 역시 온도에 따라 저항 값이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그것이 누적되면 노이즈가 되고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때문에 군용 전자 부품은 형상부터 시작해서 소재 등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주항공용 소형 저항은 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가정용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저항은 개당 10원도 안나갑니다.
미국의 경우 군수 기술이 상용 기술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만큼 군용 기술은 고신뢰 기술이자 최첨단 기술이기 때문에 군더더기를 빼서 소형화 시켜 상용 기술로 만들어 집니다. 반대로, 상용 기술은 군용 기술로 쉽게 전환 될 수없습니다. 우리나라가 현재 그런 단계 입니다.
핸드폰이나 칩제조 기술은 세계 최정상급이지만 그 기술이 군용 기술로 바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용 기술은 한단계 늦게 나오는겁니다. '어 이런 기술 벌써 상용화 됐으니 응용하면 군용기술 되겠네.' 이런 간단한 논리가 아니라 그런 성능을 가진 고신뢰 부품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똑같은 성능을 내도록 따로 제작 해야 하고 사용 특성과 여건에 맞게 장비를 새로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한국의 밀리터리 스펙은 과거엔 매우 관대 했었습니다. 그래서 밀스펙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군사 선진국의 밀스펙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밀스펙이란것이 절대 적일 수 없습니다.
결국 세월엔 장사가 없습니다. 충격, 먼지, 습기, 열 등등 일반 가전 제품과 180도 다른 갖은 악조건 속에서 구동을 하니 그 수명이 몇 곱절 짧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밀스펙이라 하는 것은 상용 부품 10개 중에 가장 품질이 좋은 부품을 뽑아서 쓰는게 아니라 애초 전장 환경에 맞는 부품을 따로 설계 제작해 소량 생산 하기 때문에 가격이 최소 2-3배 부터 수백배까지 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오디오 DIY 매니아는 밀스펙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되고 그런 부품을 선호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성능도 우수합니다.
실제 미국에서 1960년대 만들어진 폐기되는 장비에서 뜯어낸 선재도 꽤 고가로 판매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비싸다고 애지중지 아껴쓰는 스마트폰과 달리 군수장비는 발로 차고 떨어 뜨려도, 또 열을 가하거나 장마철에 밖에서 사용해도 멀쩡하게 작동 해야 하는것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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