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 선생님과 재떨이

by 칠십 살 김순남

큰 손주가 초등학생 3학년이 되고 둘째 놈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둘째 놈은 유난히 발달이 늦었다.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고, 생각도 느리다. 요즘에는 학교 들어가기 전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글을 다 깨우치고 간다. 그런데 둘째 놈은 아직이다. 혹시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며느리에게 몇 번이나 말했다. ‘학교 자주 가 봐. 선생님 자주 만나 봐.’ 내가 아직 촌지가 공공연했던 옛 시간의 사고를 버리지 못하는 할매다. 그래서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겠다.

우선, 내 이야기부터다. 중. 1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던 때였다. 여러 국민학교에서 모여든 친구들이어서, 서로가 잘 모르는 상태라, 성적순으로 선생님께서 반장을 선출하셨다. 나는 내 성적을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반장으로 호명이 불려지자 그때서야 알았다.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되었다. 2학기가 되어서는 새로이 반장선거를 하게끔 되었었는지 모든 학급이 임원을 새로 뽑았다. 그때도 민주주의 방식으로 학급 친구들이 먼저 반장 할 만한 학생을 추천하고, 추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밀 투표를 하였다. 나는 다수의 표를 얻어 다시 반장으로 뽑혔다.


잔뜩 축하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다음 날 종례 시간 때 선생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어저께 선거는 선생님이 보는 견해에서는,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반장은 학급을 위해서 일 할 수 있어야 하고. 학급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러분은 다시 한번, 누가 진정 우리 반을 잘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다시 투표해 주기를 바란다."


한마디 한마디,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충 그런 뜻이었고, 선거는 다시 치러졌다. 중. 1이었지만, 선생님의 의도를 알아차린 착한 우리 반 친구들은 나를 부반장으로 내려 앉혀 주었고, 선생님의 의도에 맞는 친구를 반장으로 뽑아주었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미술 선생님이셨다. 만삭의 여자 선생님이셨고 지적이며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 그 선생님의 성함을 기억하고 있다.



딸이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갈 때 전학을 하였다. 새 학급이었다. 부모님을 오시라 해서 참석하였다. 모인 학부모 중에서 학부모 임원을 뽑는다 하였다. 내가 임원의 한 사람으로 적극 추천이 되었다. 나는 적극 사양하였다.


그렇게 모든 게 정리가 된 어느 날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힘없이 말한다. 오늘 반장과 부반장, 그리고 각 부서의 부장도 뽑았단다. 반장은 아이들이 손을 들어서 뽑았고, 부장은 선생님이 뽑았단다. 반장은 누가, 부반장은 누가, 무슨 부장에는 누가, 뽑혔다 한다.


딸에게는 특별히 선생님 책상 정리하는 일을 시켰단다. “선생님이 널 무척 잘 보았나 보다. 열심히 해.” 했다. 그때서야 딸은 참았다는 듯이 울먹거리며 “아니야, 선생님 책상에 있는 재떨이를 비우고 깨끗이 씻어 놓으래. 학교 안 갈 거야” 한다.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이 왔다. 그래도 겉으로는 웃으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선생님은 더 믿는 거야.” 했다.


다음 날,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수업이 끝날 즈음에 학교로 갔다. 선생님에게 진실된 마음을 전했다. “지난번 임원진에 참여를 못하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시간이 여의치 못해서 그런 것이니, 혹시 다른 일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 있으면 힘껏 보태겠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깍듯한 인사는 아이가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물론, 아이는 선생님의 재떨이를 치워야 할 일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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