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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십 살 김순남 Jun 15. 2024

죽음은 처음입니다

드라마 재방을 몰아 보느라 어제 너무 늦게 잠들었다. 아침 어르신 일자리로 나가야 하는데 늦게 눈을 떴다. 시간이 얼마 없다. 아침도 먹지 않고 서둘러 샤워를 하고 새 옷을 꺼내 입었다. 그래도 검버섯을 가리느라 딱분을 급하게 눌러댔다. 그리고 눈썹도 그렸다. 지금 나가야 된다. 샤워하러 들어가면서 방바닥에 벗어놓은 속옷이며 겉옷을 급한 마음에 발로 쓱 구석으로 밀어 넣고 현관으로 나와 구두를 신다가 다시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가 흩어져 있는 겉옷을 옷걸이 걸고 속옷을 챙겨 들고 다용도실에 있는 세탁기 안에 던져 넣고 나왔다.   

  

언제부턴가 들기 시작한 생각이었다. 이렇게 아참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면.. 내가 없을 때 누군가가 들어와 내가 어질어 놓고 간 옷가지들, 속옷들을 본다면 민망할 것 같아서이다.      


종종 그런 말을 듣는다. 누구가 위 내시경하러 갔다가 그 길로 깨지 못하고 갔다고. 집을 나설 때는 성한 걸음으로 나갔는데 그 길로 그렇게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부터다.      


그렇게 황망하게 가고 싶지는 않다. 가는 길이 어디 내 맘대로 되겠는가마는 하다 못해 내가 떠난 내 뒷자리가 남사스러운 모양새는 아니길 바란다. 생각해 보니 인간이란 참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선덩어리 인지도 모르겠다. 저승길로 간 그 후의 남에게 보일 내 모습을 신경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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