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선

by 칠십 살 김순남

노숙자들 급식소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때라 오후에는 하지 못하고, 아침 일찍 나가서 점심 식사 준비를 해 놓는 일이었다. 모두가 자원봉사하시는 분으로 운영해 나가는 곳이고, 정규적으로 약간의 보수를 받고 일을 하시는 아줌마 한 분이 계셨다. 나는 아줌마와 같은 시간에 거의 출근을 하다시피 했는데, 아줌마는 아저씨 없이 아이 둘과 생활하시는 분이셨다. 부지런하시고, 쾌활하시고, 정도 무척이나 많은 분이셨다.


주로 그 식당에 오시는 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셨는데, 언제부턴가 10살 남짓한 꼬마들이 서너 명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꼬맹이 하나가 기웃기웃 거려 밥을 먹여 보냈는데, 그 꼬마가 다음날 다른 애들을 데리고 왔다. 차림새가 부모 없이 떠돌아다니는 아이처럼 보여 아줌마가 꼬치꼬치 물어보니 엄마는 집을 나가시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여서 걸핏하면 때린단다.

아줌마는 자신의 자식들과 같은 나이 또래라 유난히 신경을 써 주었다. 냄새나고 추레한 옷을 벗기고 자신의 아이들 옷으로 바꿔 입히고, 깨끗하게 빨아서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점차 깨끗하고 반듯한 차림이 되어가는 걸 기뻐하셨다. 다른 봉사자들도 헌 옷, 가방, 신발 등을 가져와 그 아이들 무리에게 주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던 꼬마들이 날을 건너뛰어 오기도 하고, 며칠씩 얼굴을 안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아줌마는 “이것들이 밥은 먹고 다니나”하며 걱정 반, 궁금 반 하셨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일찍 나갔다. 그런데 정말 기도 안 찬 일이 벌어져 있었다. 아줌마가 들어서는 날 멍청하니 쳐다보시며, "이것들 좀 봐요" 하신다. "아니 이게 뭐야? 누가 이런 짓을?" 식당 바닥에, 식탁 위에, 서너 군데 똥이, 조금도 아닌 뭉텅이로 있다. 누군가가 마음먹고 앉아 볼일을 본 것처럼 소담스럽게 쌓혀 있었다.


우리를 더 아연케 한 것은 냉장고를 열었을 때다. 그 속에도 똥덩어리가 한 뭉텅이 들어앉아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식당 안을 둘러보니 밥도 마음먹고 차려 먹은 듯, 구석자리에 있는 테이블 위에 먹다 남은 음식과 그릇들이 벌려져 있었다.

기가 차다 못해 허허 웃어버렸다. 아마도 노숙자들 중에 술주정뱅이든지, 아니면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하는 사람의 소행일 거라고 생각했다. 더러 그런 사람들도 급식소에 나타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봉사자들의 생각은 또 달랐다.


식당은 일이 끝나면 문을 잠근다. 앞 문은 그대로 잠겨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곳으로 들어오려면 뒷집으로 돌아 들어오게 되어있는, 작은 쪽문을 따고 들어와야 된다. 그러니 이 집에 대해 잘 아는 불량배나 이 집에 자주 오는 노숙자 소행이라는 것이다.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차후를 생각해서라도 범인은 잡혀야 했다.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 후, 나는 바빠서 일주일 지나서야 갔다. 제일 궁금한 것이 범인이 잡혔는지, 누구였는지 였다.


세상에!!!! 나는 놀람을 넘어 경악했다. 어디 나뿐이었겠는가? 이미 나보다 먼저 알게 된 아줌마와 다른 봉사자들은 놀람을 한 고비 넘기고 허탈 상태였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생각조차 정리가 되지 않았다. 철없는 아이들의 지나친 장난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행위가 너무 괘씸하지 않은가? 특히, 제 아들인양 알뜰살뜰 보살펴 주었던 아줌마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서 며칠을 시름시름할 정도였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다. 그때의 충격이 꽤 커서인지 나는 그 사건을 자주 떠 올린다. 그 사건을 떠 올릴 때마다 나는 세상에 대하여 공포를 느낀다. 그 아이들은 지금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자랐는지,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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