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by 칠십 살 김순남

버스를 탔다. 오후 세시쯤이라 버스 안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서 있는 승객은 없었지만 좌석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로 차 있었다. 마침 빈 좌석이 하나 눈에 띄어 반가움으로 얼른 자리에 앉았다. 두 정거장쯤 지났다. 지팡이를 쥔 할아버지가 힘겹게 올라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을 떼어 안으로 들어오신다. 나는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학생들 중 누가 일어나 주었으면 했다. 아무도 안 일어난다. 그래도 나는 좀 더 버티고 앉아 있었다. 결국 아무도 안 일어났다. 지팡이를 쥐고 서 있는 할아버지가 흔들리는 버스에서 위태로워 보인다. 할 수 없이 70살인 내가 일어났다.


일어나서 다시 버스 안을 쓰윽 훑어 보았다. 학생들은 다른 세상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지구에 발을 들여놓으신 할아버지를 못 본 거다. 그들은 유리로 되어있는 출입문에 자신들의 보안카드로 출입증을 제시하고 유리관 문을 통과해, 아주 깊은 다른 우주로 사투를 즐기러 간 것이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지정된 시간이 되면 그들은 하던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유리관 안 속의 세상에서 지구 밖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경은 온통 그들이 나와야 할 시간, (그들이 내려야 할 정거장) 그 경고음에만 한 뇌를 할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버릇이 없어서, 부모로부터 좋은 교육을 못 받아서가 아니다. 시대가 양분의 시대가 되어 버린 거다. 학생들은 70살 순남이가 사는 세상 말고도 또 다른 세상에서도 그들의 터전이 있다. 그 세상은 참으로 매력적인 세상인가 보다.


이제 노년은 누구의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세상이 양분되었으니까 우리는 유리관 밖의 세상에 버려져 있다. 이제는 자녀에게, 세상에게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시대가 아니다. 다리가 아파도 묵묵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남은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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