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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Mar 15. 2016

고민의 무게를 재기 전에, 공감하자.

 ‘공감’은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니

상대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요.

특히 당장 나의 일이 힘들 때는 

다른 이의 고민은 그저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 때도 있으니까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몇 년째 같은 시험에 재도전하고 있는 이의 앞에서

회사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는 지인의 한숨은 오히려 부럽게 느껴집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도 있는데 

연년생 아이를 키우느라 매일 전쟁 같다고 하소연하는 동생은

시집가라고 매일 잔소리하는 엄마보다도 얄밉기까지 하네요.   

다음 날 또다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새벽같이 출근을 해야 하는 이에게

요즘 꿈과 자아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괴롭다는 친구의 고민은

그리 크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200일된 남자친구와 권태기가 온거 같다고 이야기하는 후배 앞에서

결혼 6년차 주부는 차라리 침묵을 택합니다.


 그래서 쉽게 말해버립니다.

“나에 비하면 그건 힘든 것도 아니야!”

자기 자신이 지금 힘들다는데도, '내 고민에 비해서'는 별거 아니니까

힘든 게 아니라고 마음대로 정해버립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심지어 이런 말까지 덧붙입니다.

“너 배가 불렀구나. 그것도 다 살 만하니까 고민이니 뭐니

하는 거지. 당장 내일 먹을 밥이 없는 사람은 그런 고민 할 시간도 없다.

너보다 힘든 사람이 천지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탁 뱉어버리는 말들이지만 

사실 저 말들. 생각보다 무섭고 냉정한 말입니다.


 나에게 털어놓은 상대의 고민은

물론 가벼운 하소연일 수도 있지만, 인생이 걸린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털어놓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삶의 진지한 고민을

너무나 쉽게, 그저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건

상대의 어려움을 외면해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내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옳은 말입니다.

그리고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해 보이는'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완전히 공감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당장, '무조건 공감하자'라고 말하는 저 자신도 그러지는 못할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고민에 있어서 더 심한 고민과 별거 아닌 고민은 없습니다.

11살 유진에게는 ‘점심시간에 누구랑 밥 먹어야 하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결정짓는 큰 고민일 수 있듯이

이미 자신이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자체가 

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쉽게 “나에 비하면 별거 아니야.”라고 하지는 말아주세요.       


 자살을 결심한 이들에게 자신의 말에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생겨도

자살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려 너무나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도 

“남들은 안 힘들어? 너만 힘들어? 사람들 다 힘들어!”라는 차가운 말을 

너무나도 쉽게 해버립니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를 너무나 괴롭게 하는 말이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인 동시에 우울증 환자들이 실제로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라고 하는데 마음이 아프네요.

그들은 저 말 한마디에 삶의 의욕을 잃을 만큼 큰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는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한다면, 우선은 공감하기로 해요.

고민의 경중을 따지지 말고, 너무 타박하지도 말아요.

물론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거. 알고 있긴 해요. 

하지만

우선,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라는 건 상대가 당신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증거고

‘당신을 그만큼 신뢰하는 사람’이 그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의 고민을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쉽게 넘겨버리기보다는, 

우선은 고개를 끄덕여주기로 해요.

그리고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도 해봅시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공감능력, 배려심, 이해심. 이 모든 게 다 완벽하게 있어야만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너보다 내가 더 힘들어.’라는, 흔하면서도

힘든 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차가운 말 대신 

‘많이 힘들었겠다. 고생했지? 수고했어.’ 하는, 흔한 말을 하도록 해요.

똑같이 흔하지만 도움은 되잖아요. 아주 많이.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로 해요.

그렇게 공감하면서, 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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