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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Mar 20. 2016

말의 중요성을 넘어,  말 한마디의 힘의 '무서움'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속담이다. 백번 천 번 옳은.

살면서 참 많은 말을 듣고, 하면서 살아왔지만, 말의 중요성은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잊어버릴 때가 있다.


 항상 곁에 있고, 언제나 하는 것. 입으로 소리 내거나 손을 움직여서, 혹은

글자를 써서 언제나 하는 것. ‘말’.

그렇기에 아마 말의 중요함을 가끔 잊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잊을 때가 있듯이, 또 그 중요함을 순간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도 있다.

바로 어제같이.  


 어제, 엄마와 바람을 쐬러 나가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할 곳을 정하고 나가지 않았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천천히 도는 중에 예쁘게 꾸며져 있고 분위기가 좋은 음식점 한 곳이 눈에 띄었다. 엄마는 바로 그 음식점에 가자고 하셨지만, 난 크게 내키지 않았다. 밖에서 보기에 인테리어는 예뻤지만, 엄마와 단둘이 외식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나온 참에 ‘검증된 맛집’에 가보고 싶었다. 가본 적이 없어서 불안해하는 나에게 엄마는 맛있을 거라며 가자고 하셨다.


 결과는? 처음 가본 음식점이었는데, 음식점 안에 들어가자마자, 자리에 앉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들어서자마자 주인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어머! 우리 가게에 완전 멋쟁이 아가씨가 오셨네~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씀하시며 맞아주시는 거다. 친절하시다는 느낌 정도가 아니라, 사람과 친절이 한 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메뉴는 비프커틀릿이었는데, 음식도 맛있었지만 24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내 기억에 진하게 남아있는 것은 음식의 맛보다도 아주머니의 친절함과 밝은 표정이다. 나는 양식을, 엄마는 한식을 주문했는데 수프와 빵이 1인분이 아닌 2인분이 나왔다. “원래 양식에만 나오는데 어머니도 같이 드셔 보시라고 1인분 더 준비했어요~”라고 말씀하셨던 주인아주머니. 수프가 하나 더 나온 것도 감사했지만, 그보다도 말씀이 훨씬 더 감사하고 기분 좋았다.


 들어가자마자 들은 칭찬에 음식점에 들어선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던 나도 내내 웃으며 좋은 기분으로 식사했고, 음료를 주문하면서 주인아주머니께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양이 많은데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먹을 거 같아요. 정말 최고로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 “그래요? 마감 시간까지 있으셔도 한마디도 안 할게요~”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엄마와 나, 아주머니 모두가 사이좋게 까르르.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엄마가 먼저 나가시고 내가 그 뒤에 나갔는데, 계산할 때 주인아주머니가 엄마에게 “어쩌면 딸을 저렇게 예쁘게 키우셨어요? 정말 너무 예뻐요.”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자식칭찬에 기분 나쁠 사람이 어디있을까. 엄마가 웃으시며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와중에 내가 나가니 아주머니께서 아가씨가 너무 예쁘다며 기념사진을 같이 한 장 찍어야겠다고 말씀하시며 같이 사진 찍어도 되냐고 하신다. 아, 정말! 앞으로는 내가 이 음식점에 하루에 한 번씩 가는 단골이 되든가 해야지. 휴! 칭찬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감사인사를 드리고, 나도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며 맛이 최고라고 몇 번이나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말씀드리고, 정말 친절하시고 기분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고서야 나왔다.


 이렇게 기분 좋은 저녁이라니. 그것도 처음 가 보는 곳에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정말. 비프커틀릿의 양이 많아서도 아니고, 수프를 1인분 더 주셔서도 아니고, 주인아주머니의 ‘말 한마디’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렇다. '말 한마디'가 가진 힘이, 무서울 정도로 이렇게 크다.

처음 가 보는 곳이라 확신 없이 들어갔던 음식점에서, 나올 때는 '하루에 한 번씩 갈까?' 하는 생각까지 하며 나온다니. 말 한마디가 사람 생각까지도 이렇게 바꾸는 힘이 있다는 거다.


 어제 느낀 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값진 못하더라도,

말 한마디로 천 냥을 벌 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거나 천 냥을 버는 사람까지는 못되더라도, 말 한마디로

천 냥을 빚지는 사람만큼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지하게.


 그렇게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옆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말 좀 그렇게 하지 마!”, “넌 말을 왜 항상 그런 식으로밖에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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