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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Mar 24. 2016

제일 무섭다는, 단발병 오셨다.


 나는 머리가 길다. 허리까지 온다. 

그런데 요즘, 그 무시무시하다는 '단발병'이 오셨다. 훌쩍

발병원인은 다른 거 없다.

요즘 단발머리를 한 여성들이 정말 봄에 어울리게 상큼, 깜찍, 발랄 모두 다 가진 거 같아 보인다.


 3년 전,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난 후에,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붙임머리를 하고, 가발까지 샀던 기억은 어느새 깨끗하게 잊었나 보다. 아이고.

하긴, 땅을 치며 후회도 했지만 그때 (단발펌+밝은 색 염색+앞머리) 세 가지가 합체하니 정말 무적이었다.

누구라도 봄처녀의 상큼함을 뽐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래서 요즘, 거의 '답정너' 수준으로 물어본다. 자르라는 말을 기다리면서.

(이와중에도 소심해서, 계속 물어보면 싫어할까봐 가족들한테만 물어본다. 

계속 물어봐도 싫어하지 않고 대답해주는 사람들한테만.)


"있잖아...나 단발로 자를까? 단발머리 진짜 귀여워."

그럼 다들 만류한다. 

"자르고 나면 분명히 후회할 거 같아."

"기르지 못해서 안달인데 왜 자르려고 해? 아까워."

"지금 그대로 놔둬."


 그런데 처음으로, "그래. 단발로 잘라! 잘 어울릴 거 같아."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 아빠. 

자르면 잘어울릴거같다고, 잘라보라고 말씀하셨다.

"글을 잘 쓰려면 단발로 잘라야지."라는 이해 못할 말씀도 덧붙이시면서.


 그런데 정말 너무 이상한 게, 잘 어울릴 테니 단발로 자르라는 말을 들으니,

자르기 아까워졌다.

진짜 이상한 애다. 내가 생각해도.

그래서 당분간은, 단발로 자르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또 모르지. 이 무시무시한 단발병. 

몇 시간 후에 또 발병하실지도 모른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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