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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Mar 24. 2016

"넌 절대 술 마시면 안 돼."를 평생 듣고 자랐어요

평생 술 금지! 조기교육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아무 의미도 없고 내용도 없는, 그냥 혼자 중얼거리는 이야기)


 이상하다. 진짜. 술을 아예 못 마신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안 마셔봤다. 우리 집안사람들이 다 그렇다.

우선 아빠는 전혀 못 마신다. 엄마는 대학생 때는 보통 사람들 정도는 마실수 있었는데

아빠랑 오래 살다 보니 엄마도 이제 술을 못 마시게 됐다고 하셨다.

강한 남성의 이미지인 큰아빠들께서도 술을 못 드신다.

키도 체격도 엄청나게 크고, 누가 봐도 강한 이미지 셔서 사람들이 다가가기도 힘든 포스였던

할아버지도 술을 못 드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명절에 모이면 언제나 끝없이 커피, 커피, 커피이다.

외갓집에서도 모이면 술을 마신 적이 없다.

(난 근데 또 그 와중에 커피도 안 마신다. 코코아 마신다.)

 술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어서, '또 막상 마셔보면 내가 또

엄청나게 잘 마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은 있었다.

근데 진짜 한 번도 안 마셔봤으니, 또 막상 모르지.

그 생각들은 언제나 생각에 그쳤고, 신기한 게 옆에서 그렇게들 마시지 말라고 하면

괜히 마셔보고 싶기도 할 텐데, 한 번도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단 한 번도, 일탈(?)의 개념으로 마셔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냥, '난 원래 술 못 마시는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그냥 안 마셔야지.' 생각했다.

술은 그냥 나하고는 완전히 멀고, 그냥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이건 다,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학습되어온 결과이다.

“우리 집은 원래 다 술을 못 마셔.”
“우리 집은 원래 다들 술 마시면 안 돼.”
"그래서 너는 성인이 되어도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돼. 친구들은 마셔도 넌 안 돼."
"넌 커서도 술 마시지 마. 어차피 넌 술 못 마시는 몸이야."
“너는 술이 원체 안 받는 몸이라서 마시면 안 돼." (잘 받는 몸이 따로 있는 건가? 물론 이 말도 속으로만 생각한다.)
결론 : “너는 그냥 태어날 때부터 원래 술을 마시면 안 돼.”

 그냥, 어렸을 때부터 저 말을 워낙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고

명절에 가서도 어른들도 언제나 커피, 커피, 커피만 드셨다.

외갓집에서도 술을 드시는 분은 안 계셔서 그냥 나에게는 술이 너무나 멀고,

정말 절대로 마시면 안 되는 존재였다.

지금도 이렇게 술에 대한 글을 쓰는 것 조차 많이 어색하고, 뭔가 잘못된 일을 하는 기분이다.

죄를 짓는 느낌까지 든다. 금지된 무언가를 하는,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이다.


 중고등학생 때 호기심에 한 번쯤은 부모님이 드시는 술을 냉장고에서 꺼내서 몰래 마셔보거나,

더 나아가서는 친구들끼리 마셔볼 수도 있을 텐데, 난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하도 어릴 때부터 '넌 절대 술 마시면 안 돼.' 하는 말을 듣고 자라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한 것도 있었고

부모님도 절대 술을 안 마시는 분들이라 집 냉장고에 술이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캔맥주도 단 한 번도 없었다.

(아, 저번에 아빠가 캔맥주를 어디서 받아오신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몇 개월 동안 그대로 있다가 결국 버렸다.)

그랬기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을 마신다는 건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치맥, 치맥. 다들 그렇게 치맥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치콜(치킨+콜라)이던 사람이다.

나는 치킨 하면 정말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진짜 정말 아무 데도 쓸데없고 필요 없고 왜 있는지 모를)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다.

치킨 장사하라는 이야기는 내 이름보다 많이 들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태어나서 그 흔한 치맥 한 번을 안 해봤다. 무조건 치콜(치킨+콜라)이었다.

생각해보니 진짜 좀 이상한 거 같기도 하다.

치맥은 거의 한국인이라면 기본인 문화인데, 난 뭐지? 싶기도 하다.


 사실 나도 어른이다. 다 컸다. 아주 한참 전에 성장은 다 끝났다.

아, 물론 정신연령은 어른이라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여하튼 나도 다 큰 사람이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어린애들도 술 되게 잘 마신다. 휴.


 그리고, 몰랐는데 동생은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했다.

1살 차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나보다 어린데도

어느 정도 마실 수는 있다고 하는 것에 뭔가 충격을 받았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소주 반 병정도 마신다고 했다. 나보다 어른처럼 느껴졌다. 동생이.

술이 너무 안 받아서 어떻게든 마셔보려고 노력하고 노력했단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는 한데, 어쨌든 노력해서 이제는 소주 반 병은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동생 친구들은 되게 잘 마신다는데, 자기 혼자만 소주 반 병이란다.

그래도 어른(!)같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뭔가 진지하게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술은 어른들의 문화인데, 그래서 미성년자에게는 금지된 일인데, 난 어른인데도

어른들의 문화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이도 들고 성인 된지가 언제인데, 지나가는 어린 분들 보면서 '어리시구나..' 생각하는

사람인데(나보다 한 살만 어려도 엄청 어려 보인다. 아이같다.) 근데도 술 한 번 안 마셔봤다니. 억울하다.

그 생각하면서도 사이다를 마신다.

 말로는 술 마시면 어른 같고 나도 술 마셔보고 싶다고 하지만,

막상, 절대 마시기 싫다. 앞으로도 안 마실 거다. 탄산음료가 좋다.

막상 마셔보면 잘 마실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싫다.

이래서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이, 조기교육(?)이, 가정에서의 자연스러운 교육이 무섭다고 하나보다.

아마 앞으로도 평생, 술은 안마실 거 같다. 사이다, 콜라가 더 좋다.


술. 너는! 앞으로도! 절대! 안마셔!!
얘가 더 좋아~

- 다 쓰고 보니 정말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네요. 헷

끄적끄적하다 보니 어찌 됐든 글 한 편? 이 완성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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