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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Apr 05. 2016

<아프다는 말을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힘들고 아프다는 말을요.

아프고 쓰린 것이 너무나 오래되다 보니

그랬나 봅니다.

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시작이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힘들다는 말을 잘 몰랐습니다.

아프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상이고 자연스러웠으니까요.

힘들고 지치는 것은 제게는 그저

하루하루였으니까요.



상처가 너무 오래되고 흉터가 딱딱해져서

아픔도 고통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그 흉터로 온몸이 채워진 사람이라서,

상처가 쓰리고 아픈지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이게 흉터고 상처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치료하고 연고를 바를

생각도 못했습니다.

상처는 저에게 일상이고 저의 일부였으니.

흉터가 없어지면 나도 사라질 사람이니까요.



그러다,

상처로 힘들어하고 아프다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런 상황이, 그런 순간들을

힘들다고 말하는 것들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대체 얼마나 아픈 사람인 거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고통에 무뎌져서 아픔이 뭔지를 모르는 나에게

연민이 생겨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유독 웃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를.

또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웃음이 많겠구나.

라고요.



지금도, 웃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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