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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May 16. 2016

<나잇값...?>

 못하고 있다. 나는, 나잇값. 못하고 있다. 좀 철이 없고, 유치하고, 그런가 보다. 음.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나,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작가분들을 보면,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참 좋은 분들이 계신다. 그에 비하면 나는 좀 철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도 이제 무조건 어린 나이도 정말 아니고, 뭣보다 나보다 어린 분들에게는 내가 이젠 진짜 어른이다. 어른. 휴. 뭐 물론 시간 간다고, 나이 바뀌고 숫자가 올라간다고 무조건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우선 어찌 됐든 이렇게 성인이고 우선 나이로는 완전히 어른인데 말이다.      

 그런 소리, 많이 듣는다. ‘다영이 너는 많이 순수한 거 같아.’ 처음에는 아,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아니, 순수하다는 말은 기분 좋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점점 반복해서 계속 듣다 보니까 이제는 정말 무슨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휴. 내 마음이 깨끗하지 못해서 그런가? 그렇게 칭찬으로 건네는 말 한마디도 완전히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좀 사람이 멍해 보이는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      


 명절에 오랜만에 본 사촌언니가 헤어지면서 그런 말을 했었다. ‘다영이 너 진짜 순수한 거 같아.’ 이럴 수가. 뚜둥. 충격이야. ‘처음 보는 사람도 아니고, 평생을 봐온 언니가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집에 오는 차에서 혼자 생각했다. 도대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어떤 면이 그렇다는 건지, 태어나자마자 쭉 봐온 언니까지 그런 말을 하는데, 내가 정말 어떻길래 그렇게 말하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휴.     

 

 그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혼자 계획을 세우려 했었다. ‘그래. 내가 나잇값을 못하고 있긴 한가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좀 더 어른스러워져야겠다. 나도 시간이 가면서 이제 결혼도 하고 아줌마가 되고 물건값도 깎고 그렇게 포스(force)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음. 이대로는 안되지. 그래. 아마, 그건가보다. 우선, 지금 내 또래들에 비해 나는 사회생활을 많이 해보지 못했고, 사실 또 워낙,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좀 과하게 풍부하기도 했으니까. 음........? 그런가? 그럼 그냥 사회생활하다 보면 그냥 알아서 자연스럽게 고쳐지는 건가? 아, 그렇네? 그래. 그럼~’ 그래서 성격을 고치려고 진지하게 자세까지 잡고 고민을 시작했다가 너무 빨리 끝내버린 우스운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냥 이제는 나 자신에게 변명으로, 이런 말을 한다. 할머니와 외할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리면, 할머니들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다영이 너랑 전화를 하면 다영이 니 덕분에 힘이 나고 정말 정말 재밌어서 기분도 좋고 즐거워. 웃기고 좋아.” 음. 그래. 재밌고 즐겁다고 하셨잖아? 그래. 좋은 뜻이잖아. 좋게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한다. 순수하다는 거랑 비슷한 뜻일 거야. 그래.      

 어릴 땐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나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정말 노력했었다. 아니, 어쩌면 그때부터 내가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억지로 애썼던 것일지도 모르지. 뭐,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또래에 비해서도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른스러워지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어린아이도 나, 지금의 철없는 모습도 나. 모두 다 ‘나’ 아니겠는가. 그래. 어른스럽든, 철없든 어차피 나인걸. 나잇값을 못하는 지금의 나라도,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 


 나잇값, 잘 못하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이자. 그래. 다영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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