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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May 18. 2016

<거절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아니, 그냥 아예 못합니다.

 저는 거절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아니, 잘 못하는 편 정도가 아니라 그냥 거절을 정말 아예 못하는 성격이네요. 길거리에서 뭔가 물어보고 설문조사를 할 때, 행사를 할 때나 판매를 할 때, 가입 권유를 하는 분들에게도 거절을 정말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길거리에 서서 끝까지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있는 사람이지요. 심각하죠?     


 그런데 그 일이 오늘도 있었답니다. 오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더라고요. 택배 때문에 전화가 온 줄 알고 전화를 받았는데, 여성분이신 거예요. 네.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였네요. 또, 거절 못 하는 저는 그 전화를 20분을 받고 있었는데요. 원래대로라면 그보다도 훨씬 더 길게 받고 있을 뻔했답니다.

      

 아빠가 “전화 끊어 다영아!” 하고 말씀을 몇 번이나 하셨는데요. 아, 그래서 전화를 끊은 거냐고요? 아니요.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방에 들어가서 아빠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답니다. 휴. 거의 코미디 수준이죠? 왜일까요? 왜 그랬을까요?

      

 음. 이유는, 글쎄요. 휴. 뭘까요? 그냥 제가 느끼기에는,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분도 하루 종일 힘들게 하시는 일이기도 하고, 전화받는 사람이 전혀 고민도 없이 전화를 끊으면 아무리 일이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그래서 무슨 죄지은 사람처럼 아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방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네요.      

 

 그런데, 그랬더니 아빠가 당장 전화 끊으라고 점점 목소리가 커지시는 거예요. 상대편에게 다 들릴 정도로요. 그래서 제가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죄송하다고, 지금은 전화할 수가 없겠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정말 몇 번이나 반복해서 했거든요. 참 제가 봐도 정말 한숨이 나오네요. 그랬더니 그럼 내일 전화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또 제가 싫다고 말 못 하니까요. 무조건 알겠다고 했죠. 어휴~ 참. 네. 심각하죠?      

 

 뿔난 아빠에게도 죄송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드리고, 제가 전화를 못 끊은 이유를 말씀드렸네요. 지금 당장의 걱정도요. “아빠. 제가 보험 가입 안 해서 기분 나빠하거나 그분이 섭섭해하면 어떡하죠?” 그랬더니 아빠가 대답하셨네요. “다영아. 그 사람들이 너 신경이나 쓰는 줄 아니? 너 아예 신경도 안 써.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사람한테 보험 권유하고 있는 게 현실적이다.” 이럴 수가. 그런 건가? 충격받은 표정인 저를 보시며 아빠는 당연한 거 아니냐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휴. 정말 슬펐답니다.      


 그래서 혼자서 곰곰이 고민을 해보니, 제가 앞으로는 정말, 거절 못하는 이런 안 좋은 습관을 고쳐야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네요. 물론, 고쳐야 돼! 한다고 바로 고칠 수 있는 것도 절대 아니지만요. 평생 동안 이 습관을 고쳐야 된다는 생각만 벌써 몇 번째 하고 있는 건지. 힛~언젠가는 정말 고쳐지겠죠? 음.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노력해야겠네요! 


 그럼, 이제는 좀 더 정확한 사람이 되도록 힘내자, 김다영! 다영아!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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