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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r 24. 2019

무책임한 말들

좋을 땐 좋다가도 싫을 땐 싫다거나

게으른 사람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게을러지는 것은 죄악시했다. 그때는 했고 지금은 하지 않는 것. 섬세한 표현 다정한 묘사가 그랬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그랬다.

표현이 게으른 것도 그런 증상이었다. 표현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호불호가 있다는 말은 너무 손쉬운 정리이고 호불호가 없다는 것은 못 미더운 말이었다. 좋을 땐 좋다가도 싫을 땐 싫다거나 잘할 땐 잘하는데 아닐 땐 정말 아니라는 말은 제멋대로라는 뜻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미련 따위 있지도 않지만 미련이 남을 땐 연애한 시간보다 더 길었다. 그러고 보면 미련이 없는 연애는 연애가 아니었는지 미련이 남은 연애는 미련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에 무책임하다고 화를 낸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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