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세편살 영화 추천
비극이 예술을 만든다면 예술 없는 행복한 삶이 더 가치 있다. 모든 것이 정시에 같은 횟수로 일정을 보내는 헤롤드가 나는 사실 조금 부럽기도 했다. 힘든 만큼 보람이 있지만 보람 없이 편할 수 있다면 이런 삶이 아닐까?(!) 숫자에 완벽하지만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캐릭터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좀처럼 감정이입을 하기 힘들었고 작지만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도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쿠키 굽는 이상주의자 안나 파스칼이 친숙한 캐릭터로 느껴졌다. 그 둘의 만남을 통해 나도 비로소 헤롤드에 대해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나를 위해 만든 쿠키라는 것은 알지만 고맙게 받을 줄 모르는 헤롤드를 보며 나도 몇 번인가 다른 사람의 호의를 거절하다 망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막연히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기타들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느낄 때에는 웃긴 장면임에도 꽤나 뭉클했다. 잠이 안 올 정도로 너무너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그냥 막연히 언젠가 하려고 미뤄뒀던 일이 어쩌면 나의 가장 큰 열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자신과 비슷하게 사는 직장 동료에게 죽음을 앞두고 하고 싶은 일을 물어봤을 때 9살 때부터 우주캠프에 가고 싶었노라며 단번에 대답을 하는 부분에서 더 이 영화의 목소리는 아주 가까이 들렸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는 판에 박힌 삶을 살던 월터가 강한 끌림을 받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확 바뀐 인생으로 현생 탈출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카타르시스를 줬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에서는 그보다 작은 시도지만 인물들 삶에 탐험 못지않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시도 역시 쉽지는 않은 것이므로.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어 졌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 아니 그냥 예전부터 하나쯤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