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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pr 13. 2019

겨울 같던 봄, 손에서 찾은 겨울 냄새

친구 손의 핸드크림, 녹슨 철봉 냄새가 나는듯했다

4월 초 꽃피는 봄이지만 겨울만큼 춥던 날이었다. 조금씩 살림을 갖추고 있는 작업실보다 우리들의 작업은 더 조그마했다. 차가운 의자에 앉아 우리들이 피워낼 것들을 이야기했다. 늦은 밤 엉덩이가 얼얼해질 정도로 얘기를 하고 나니 뭔가 작은 싹이 보이는 듯했다. 한 것도 없이 길게 보낸 시간에 마음이 뿌듯해져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집 공기에 꽁꽁 시린 손이 저릿하게 풀려온다. 어릴 적 겨울이면 그랬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추운 겨울에도 떨어가며 친구들과 놀다 들어오곤 했다. 엄마는 감기 걸린다며 혼을 냈고 나는 그저 아까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던 기억만 계속 떠올랐다. 장갑도 끼지 않고 그네 사슬을 꼭 붙잡고 놀던 기억, 수다를 떠느라 벤치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 갈림길에서 자꾸만 말이 길어지던 기억. 그런 날이면 포근한 집 냄새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손에서는 잡았던 친구 손의 핸드크림 냄새, 녹슨 철봉의 냄새가 남아 킁킁거리곤 했다. 어제 집에 오니 손에서 그 냄새가 다시 나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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